박연호(삼산주민자치회 회장)

 
 

주민자치, 그리고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요즘 지역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세 가지 모두 비슷한 뜻이지만, 주민자치란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반대적 개념이다. 시·군이라는 기초자치단체가 하는 지금의 하향적 행정자치가 아닌 마을공동체들이 자기들의 일이나 사업을 스스로 결정하여 추진하거나 행정 등에 요구도 하는 자주적 상향식 자치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주민자치 운동은 크게 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자치 주권을 세우는 일과 장차 행정 등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 자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주민자치회란 그 일을 하기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것을 말하고 주민자치위원회란 행정(읍·면) 주도로 구성한 자치조직을 이른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주민자치는 이미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국회에서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들을 심의 중이며 시민. 사회단체와 전국의 600여 주민자치회 등이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입법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물론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선진 지자체에서는 공무원들의 정책 기안문서에 주민 의견 수렴결과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으며, 민간인으로 읍·면장을 뽑는가 하면 동장 임용 적격심사에 그 지역 주민대표를 참여시키는 등 주민자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주민자치는 주민들만 할 수가 없다. 실제 주민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이라도 대부분은 어떤 사업들일 테고, 이 사업은 필수적으로 행정의 지원과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자치는 군, 의회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출범 초기 참여와 교육강화 등 자치역량을 키우는 일 못지않게 행정과 의회의 전폭적이고도 세심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성공하고 안착하려면 다음 세 가지 한계와 조건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자치역량 강화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나무가 자란다. 따라서 그 뿌리 격인 마을자치회 구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자치위원과 자치회에 대한 적절한 위상과 대우도 필요하다. 혹자는 주민자치회를 기존 조직 및 행정과 협력하고 교류 역할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위 완장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주민대표로서 자치주권을 세우는 일이 중요한 데 그들에게 무한 봉사와 희생만 요구할 순 없지 않은가. 오히려 우리가 맡긴 행·의정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관리·감독하면서 지역(공동체)의 통합. 조정기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임원선출에서 선거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두 번째로 행정과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보다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군정과 의정의 동반자, 즉 협치의 상대역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를 고쳐서라도 군과 의회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시키고 여러 중간조직 모집 때도 주민자치위원들의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조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런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하나의 관변단체 탄생에 불과할 것이라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치회 사무국 유급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초창기 자치회는 자생력도 없고 그 업무는 비교적 전문적이며 광범위하다. 그런데 역량 강화를 내세워 자체 해결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무리가 뒤따른다.

마지막으로 자치위원들의 선거 중립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워크숍이나 자치교육을 통한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도 철저한 감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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