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채(해남문화관광해설사)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말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 가장 아름다운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의 어느 학자가 물병에 물을 담아놓고 사랑, 좋다, 나이스 등 긍정적인 말을 하고 난 후 물의 상태를 조사해 보니 예쁜 파동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 사랑이라는 말과 사랑하는 행위는 우리 인류를 번창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인간사회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인 가정부터 사랑으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나아가 지역사회, 온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사랑으로, 모든 관계가 사랑으로 사방팔방으로 이어져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 세속을 떠난 스님들이 사는 절집의 세계는 사랑이 없이 인연법에 따라 사랑을 멀리하고만 살아갈까? 이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 '이게 뭣인고'라는 화두를 가지고 부처가 되기 위해 도를 닦고 있는 도반들도 최종의 목적지는 결국 자비심(사랑)이 아닐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수많은 사부대중이 불을 켜고 기도하는 것도 결국은 살아있는 가족,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대흥사는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하고 귀중한 것들이 있다. 북미륵암 같은 국보나 문화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흥사만이 가지고 있는 진짜 보물이 있다고 본다.

첫째가 금당인 대웅보전과 천불전 사이의 잘 보이는 언덕배기에 연리근, 일명 사랑나무가 있다. 500년 이상 보듬고 '우리 모두 사랑합시다'라고 하는 듯, 큰 스님이 사자후를 하는 듯이 우뚝 서 있다.

둘째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대웅보전의 기둥나무들이 휘어지고 비틀어진 나무를 쓰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 세계에서는 잘나고 못나고, 배우고 못 배우고,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당시 최고의 건축가들이 생각하고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고 본다.

셋째, 대흥사에는 정조 임금의 편액부터 추사체 김정희의 글씨, 동국진체의 완결자 원교 이광사 선생, 전주 가난한 선비 이삼만 선생, 일제강점기의 해사 김성근의 글씨까지 모두 걸려 있는 특이한 절이다. 대흥사 해탈문에 들어서면 모두가 부처님의 평등한 제자라는 생각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절집이 아닐까. 그게 바로 해남만의 푸짐한 마음씨와 꼭 닮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지….

넷째, 대흥사는 절집에 호국의 상징인 서산대사와 그 제자를 모셔놓은 '표충사'라는 유교적인 사당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격식을 파괴한 사랑으로 가득 찬 화합의 절집이 바로 대흥사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천년수와 만일암, 천동과 천녀의 이야기가 담긴 북미륵암과 미완성 부처인 남미륵암이 함께 있다. 잘나지 못하고 좀 부족한 듯 보여도 모두가 부처님 세계에서는 사랑이다. 대흥사를 찾는 모든 분들이 반야용선(노아의 방주)을 타고 극락의 세계로 나아가기를 기원하는 듯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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