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가끔 "○○ 국민학교를 졸업했다"는 표현을 듣는다. 자신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나왔다는 말이다. 초등교육기관은 일제 강점기 보통학교, 소학교(일본인 자녀)에서 심상소학교를 거쳐 1941년부터 1996년 2월까지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독일어에서 따왔다고 하더라도 일제 전체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1996년부터 초등학교로 변경된 것을 따져보면 현재 서른여덟 살 이상은 '국민학교 졸업생'인 셈이다.

예전에 '쌍팔년도(雙八年度) 군대'라는 말도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가혹행위가 일상으로 일어나고 만연한 부조리로 엉망진창의 구시대 군대를 이른다. 쌍팔년도는 단기(檀紀) 4288년(서기 1955년)을 가르킨다. 단기는 요즘 비석에서나 접해볼 정도로 생소해 1988년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전까지 연호로 사용됐던 단기는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기원전(BC) 2333년을 기점으로 한다. 그래서 단기는 서기에 2333년을 더한 것으로, 올해는 4354년이다. 단기를 기준으로 '반만년(5000년) 역사'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소 미치지 못한다.

10여 년 전에는 '놀토'(월 1~2회 등교하지 않고 노는 토요일의 줄임말)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주된 관심사였다. '토요일 등교'는 지금 고교 1학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2년부터 아예 사라졌다. 35살(1986년생) 이상에게 토요일 등교는 당연했으며. 과도기의 놀토는 17~34살(1987~2004년생)의 세대가 경험했다.

1985년생으로 36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1야당 최연소 총수에 오르면서 세대교체가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35살의 오스트리아 젊은 총리와 회담을 한 것도 우리나라 상황과 겹치면서 눈길을 끌었다.

세대(世代)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진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들이다. 전통적 개념의 한 세대는 부모의 대를 잇는 생물학적 나이인 30년을 기준으로 한다. 요즘처럼 급속한 사회변화에서 한 세대는 길게 잡아도 10년 안팎이다.

세대를 구분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어져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준석 대표를 포함한 2030세대를 'MZ세대'라고 한다. 연령을 기준으로 삼은 M세대(천년이라는 의미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나 2000년대에 성장기를 거쳤다고 이름 지어졌다. X세대(반항적이고 개인주의), Y세대(톡톡 튀고 감성주의)를 잇는 Z세대는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하고 SNS로 인간관계를 맺는다. 기준이 다른 이들을 합쳐 MZ세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86세대(60년대 태어나 80년대 학번으로 90년대 당시 30대)라는 게 있다. 그들은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으며 지금은 정치권 중심세력이 됐다.

민주화와 지방화가 시작되던 1990년에 태어난 해남신문이 31살이 됐다. 우리나라 언론이 국민의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개혁을 외면한 채 기득권 세력에 기대며,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말이라고 우김)처럼 진실을 호도하며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자기 검열과 성찰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해남신문이 초심으로 31년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다짐해본다. 구시대적 유물에 정면으로 맞서며, 스스로의 잘못을 애써 감추지 않고, 진실에 더욱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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