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33곳… 반짝 영업 훨씬 많아
숙식비 전가·사고 때 보상 막막
하루 14만~15만원씩 주고 활용
인력난 현실에 단속도 사각지대

농촌 고령화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근로자까지 크게 줄면서 농번기에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등록, 무허가 직업소개소가 난립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남군에 따르면, 최근 각 읍면을 대상으로 미등록, 무허가 업체에 대해 일제조사를 한 결과 해남읍에 4개소, 13개 면에 29개소 등 모두 33개소가 미등록 상태에서 무허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남군에 정식 등록업체가 56개소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직업소개소 가운데 38%가 무허가 업체인 셈이다.

상당수는 관련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는 무자격자에 사무실도 없이 봉고차로 인력을 실어나르는 형태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농번기철에 반짝 영업을 한 뒤 사라지는 형태여서 실제 무허가 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허가 업체의 경우 작업 현장에서 안전사고나 이동 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들며 1000만원 상당의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종사자 교육이나 안전 지도 점검 등에서는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업체 상당수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이를 인건비에 포함시켜 인건비 상승의 한 원인이 되고 있고 인력 파견과 관련해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이른바 갑질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산면의 한 이장은 "정식업체는 하루 인건비가 1인당 11만~12만원인 반면에 이들 업체는 14만~15만원까지 받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인건비를 주고 있고, 갑자기 인력을 공급하기로 한 날에 취소하거나 10명이 오기로 했다가 7명만 오더라도 항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해남읍 고도리에 사무실과 간판까지 내건 한 직업소개소의 경우 2018년부터 수년째 무허가 영업이 이뤄졌고 민원이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단속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경력 등이 있어 대표자 자격은 됐지만 사무실의 경우 건축물대장에 사무실 용도로 오른 곳이어야 하지만 이곳은 창고 용도로 돼 있어 시설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무등록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다 적발되면 직업안정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당 업소 대표는 "원래 정식업체였지만 2018년부터 시설기준이 강화돼 무허가 업소가 됐고 지난 4월에 공제에 가입하는 등 등록절차를 밟았지만 건물주가 바뀌면서 용도변경이 미뤄져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남군은 해당 업소에 대해 정식등록이 이뤄지기 전까지 영업을 중단시켰다.

해남군은 무허가 업체들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난립한 상황에서 무작정 단속만 할 경우 농번기에 인력 부족사태가 심화돼 농가 피해나 항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조사된 무허가 업소들을 대상으로 7월부터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고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양성화를 유도한 후 내년부터 적극적인 단속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촌 일손부족에 대해 정치권과 농촌 현장에서는 계절근로자나 고용허가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외국인 인력을 안정적으로 늘리고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농번기에 인건비 상한제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실직자 등 도시인들이 농촌 일손 돕기로 유도될 수 있도록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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