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농촌마을공동체 비슬안 대표)

 
 

농촌의 인구 소멸은 심각하다.

해남군의 2020년 말 기준 총인구은 6만8806명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2만2293명으로 전체 인구의 32.4%를 차지한다. 초고령화 사회인 것이다.

반면 30세 이하 인구는 1만4823명으로 21.5%에 그친다. 해남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점인 것이다.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무너지는 인구생태구조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이 마을에 농촌에 들어와서 활기를 넣어 주길 바라고 있다.

소멸위기의 지역을 살리기 위해 귀농과 청년이 오는 정책, 마을과 교육이 함께하는 정책 등 다양한 정책과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을에 들어온 청년에 대한 마을 어르신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금 청년에게서 기성세대의 청년 때 모습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변하는 속도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데,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은 기성세대와 어르신들의 경험과 추억을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랜 과거에도 청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폭군과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을 괴롭힌다."(소크라테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우려스럽다."(고대 이집트 파라미드 낙서)

기원전 3000년 전에 쐐기문자로 쓰인 문헌(고대 수메르 기록)에도 '요즘 방종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말세가 다가오는 듯하다'고 적혀있다.

이러한 청년에 대한 우려는 5000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5000년이 흐른 지금도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기성세대의 눈에 젊은이들의 행동이 탐탁지 않은 것은 5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젊은 청년시절엔 배꼽티, 오렌지족 등 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는 말세인 청년이었다. X세대, 서태지 세대라고 했다.

DNA부터 개인주의화된 세대였던 것이다. 그런 청년이 IT를 구축하는데 일조를 하고, 촛불집회의 주축이었다.

시대의 요구와 변화는 청년이 싣고 온다. 그런 청년을 보는 가치는 달라져야 한다.

기성세대의 경험은 청년이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세상과 다르다. 지금 내가 기성세대가 되었지만 말세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슬안에 24살 서울 청년이 왔다. 그 청년은 농촌에서 홀로 농업과 고군분투하는 현장은 외롭다고 한다.

농촌도 사람 사는 곳으로 다양한 역할과 직업들이 필요하다. 농업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청년 직업과 창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확보해 주고, 청년이 어울려서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봐, 해 봤어? 해 보기는 해 봤냐구? 해 보지도 않은 놈이 가타부타 말이 많아, 일단 해 보고 이야기해."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자주 사용했던 말이다.

해보면 기회가 있다. 머뭇거리지 말고 경험하라는 메시지이다. 청년이 얄팍한 주머니에 머뭇거릴 때, 정책과 시스템이 그들에게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요즘의 속도로 봐서는 1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농업에서 드론 방제는 이제 보편화되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청년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SF 영화에 나올법한 상상을 이룰 세대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청년! 그들이 펼칠 세상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해남의 미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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