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구 매일 안전 지킴이 자처
해남중 학생들이 감사 현수막 내걸어

 
 
 
 

"매일 아침 우리들의 등굣길을 지켜주시는 조경섭 목사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해남중학교(교장 이기식)에 최근 감사 현수막이 내걸렸다. 학교 앞에는 학생들 수상 내용이나 교육과정, 주요 행사 등이 게시되는데 학생회 이름으로 감사 현수막이 내걸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학생들은 5월 감사의 달을 맞아 수년째 자발적으로 학교 앞에서 교통봉사에 나서며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책임져온 조경섭(59) 로뎀나무교회 담임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 목사는 지난 2009년부터 해남서초 앞에서 교통봉사활동을 해왔고 이후 서초 학부모들이 교통봉사를 이어받자 2016년부터 해남중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봉사에 나서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시작한 교통봉사는 악천후나 개교기념일, 방학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일 등굣길을 책임지는 일과가 됐고 코로나19도 이 같은 봉사를 막지 못했다.

조 목사는 "수년 동안 일과처럼 해오던 일인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중단했는데, 학기가 시작된 이후 지난 3월 말부터 학교 측에서 봉사활동을 해 달라는 요청이 와 기쁜 마음으로 다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교통봉사에는 또 다른 특별함도 있다. 학생들과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다 보니 단순히 교통봉사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아침밥 먹었니' 등의 대화를 나누며 등굣길 인사하기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조 목사는 사복이 아닌 경찰복을 입고 교통봉사에 나서고 있다. 7년여 전 당시 해남경찰서장이 경찰관 대신 아침마다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조 목사에게 감사 마음을 전하며 자신의 경찰복을 선물한 것인데 이른바 명예경찰 임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복을 입고 교통봉사를 하다 보니 운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양보해주기도 하고 인근 고등학교에서는 어느 부서에서 나왔느냐며 우리 학교도 교통봉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하는 등 재밌는 상황도 연출된다.

조경섭 목사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감사하단 말 한마디에 모든 피곤이 풀린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교통봉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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