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지난 21일 '2021년 생물다양성의 날(습지·철새의 날)' 기념행사가 목포 고하도에서 열렸다.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이 선정한 올해 행사의 주제는 '자연이 답, 우리가 함께 할 때입니다!'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실천 활동의 중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인천에 자리한 국립생물자원관, 경북 상주에 자리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이어 세 번째로 개관했으며 도서·연안지역을 대상으로 국가 생물주권 조기 확보,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기여하고자 지난해 8월에 설립됐다.

동식물 표본, 유전자원 등 350만점 이상의 생물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수장시설과 다양한 연구, 교육시설을 갖추었으며 어린이체험실과 해양생물·포유류 등 500여 종 1000여 점을 전시하는 상설전시실과 야외체험시설에서 생물자원의 전시와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무엇보다 섬과 연안 생물자원 유용성 탐색 및 발굴도 이 기관의 주요 업무 중에 하나다. 서남해안과 섬을 갖고 있는 해남의 생물자원도 그 대상이다.

몇 해 전 해남의 특정도서의 자연자원을 조사해 해남신문에 연재한 적이 있다. 해남에 특정도서로 지정된 섬이 그리 많은지, 특정도서를 비롯한 무인도의 생물종이 그리 다양한지 새롭게 알았다. 전문기관의 조사와 연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환경부는 멸종위기동식물을 지정해 고지하면서 멸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남의 갯벌에서 자생하는 대추귀고동도 멸종위기종이다. 때로는 조사의 부실이 이유였는지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개체 수가 많은 종이 지정되기도 한다. 애기등이 대표적이다. 애기등은 등나무보다 작은 크기의 식물이다. 황산면, 문내면 일원에도 넓게 분포한다. 최근에 개체 수가 많은 종으로 조사돼 다행히 멸종위기종에서 빠졌다.

멸종위기를 맞은 동식물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사례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산양, 여우, 따오기가 그 예다. 반달가슴곰은 복원사업으로 74개체가 야생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물과 식물의 생태 사슬은 어릴 때부터 배워왔다. 도토리 등 먹이를 저장하는 습관이 있는 다람쥐는 참나무과의 열매를 볼이 터질 정도로 물고 낙엽아래 숨긴다. 저장만 했지 먹지 않은 열매가 발아해 숲을 이루는 것이다. 이른 봄 야산을 군데군데 하얗게 장식하는 벚꽃나무도 버찌를 먹은 새들의 작품이다.

중·장년층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이라는 교과서를 접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케이블채널의 인기처럼 자연이라는 단어에 그 어떤 로망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의 '자연'에서도 인간의 간섭 여부가 중요하다. 인간의 삶도 생태계의 한 축이다. 이 인간의 삶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생태계에서 '인간이 잘살 수 있는 환경'만을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처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사람들이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 복원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위해 자연에 맡겨야 하는데 개발행위처럼 인간의 간섭이 지나치다. 지역의 역사문화자원만큼 자연자원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절실하다. 자원의 조사와 연구,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인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에서 답을 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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