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미(전남대 교수)

 
 

변화를 멈춘 듯한 일상의 연속이다. 대학 캠퍼스에도 강의실을 옮기느라 걸음 재촉하던 학생 무리의 모습이 끊긴 지 오래다. 그러나 일상의 겉보기는 분명 멈춘 듯하나 이미 우리는 급격한 변신의 과정에 들어서 있다.

'Post-COVID'(포스트 코로나)는 이후라는 POST와 코로나19를 뜻하는 COVID의 합성어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 다가올 새로운 일상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변화 등을 의미한다. 마스크 사용이 생활화되어 버렸듯이 일상이 아니었던 일들이 마치 일상인 듯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더 이상 예전의 사회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는 예측이다.

선진국이란 전통적인 개념은 경제수준과 산업발달 정도로 평가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전염병과 같은 대형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위기 대응력이 국가의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위기 대응력이란 국가만이 아닌 개인과 내가 속한 조직의 역량이기도 하다. 성장을 뛰어넘어 생존의 고민이 되고 있다. 단순한 개선보다는 재창조가 필요하게 되고, 이를 위한 전략과 유연성은 중요한 필수 요소일 것이다.

무엇을 지향한다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시대는 민첩함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휴대폰을 깨우는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을 접하고 있다. 자유로운 하루 설계보다는 기다리자, 버티자라는 생각이 앞서면서 우리 활동의 폭을 좁혀왔다. 변화가 멈춘 듯한 사회 속에서 정작 개인은, 학교는, 기업은 겪어보지 못한 쉼 없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는 듯하나 어느 순간 급격히 나타날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불문율 중 '빠른 실패', '이른 실패', '잦은 실패'가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며, 실패를 통한 학습을 권장하고, 무엇보다도 그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직과 전략의 유연성이 부족한 오프라인 기반의 업체들은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선도기업보다 더욱 신중하게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적응력과 대응력을 갖춘 유연한 조직문화가 조성될 경우, 다소 다른 부분이 미흡하더라도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원을 재분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은 신속하고 민첩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유연한 조직이 되려면 '협업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업무 개선을 위한 변화 시도는 각 부서의 여러 참여자가 함께하는 크로스 팀을 구성하며 그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해가는 수평적 협업이어야 할 것이다.

팀 구성의 규모에는 아마존의 룰인 Two pizza rule(피자 두 판 규칙)이 있다. '피자 두 판으로 충분하지 않은 인원의 팀은 너무 큰 팀이다'라는 것으로, 이러한 실무팀에게 더욱 많은 의사 결정권이 주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들이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대하여 적응하도록 지속해서 지원해가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에서 절대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 있는 개인이나 조직이란 새로운 관점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유연성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민첩성으로 변화라는 파도를 거부하지 않는 윈드서핑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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