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섭(해남군농민회 정책실장)

 
 

기후변화, 보장 없는 농산물 가격과 비현실적인 농업정책. 우리 농촌과 농업의 현실이다.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농촌인구 감소와 농업인 고령화,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8만~9만원 하던 인건비는 12만~14만원으로 50~60%까지 치솟아 농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농촌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인력중개센터를 설치해 농촌의 인력난을 해소하겠다고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짜증만 날 뿐이다. 언론 플레이를 위한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 사람이 없어서 일터에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일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데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생계비 지원을 못 받는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마땅한 기술도 없는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인력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일용직으로 버는 수입만으론 살기 어려워 정부에서 주는 생계비를 보태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에는 노동을 통해 수입이 있으면 지원금이 줄거나 없어지기 때문에 노동을 기피하거나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근거가 남지 않는 노동 현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매년 줄어들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동네에 나이가 많은 어머니들이 나오신다. 80이 넘으신 어르신이 용돈벌이로 밭에 나오신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농촌으로 오거나 일하려는 사람은 없다.

정부의 복지정책 중에서 인력난 해소와 연계할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을 잘 활용한다면 도시의 실업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고 노동 현장의 인력난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해남은 겨울배추, 고구마 등 몇 가지 농산물이 주로 재배된다. 그렇다 보니 일정한 시기에 노동력이 집중되고 노동력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너도나도 일손이 필요한 시기여서 사람을 구하기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을 매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일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농촌 노동력의 대부분을 의지한 상황에서 그들이 없어지니 인력 공백이 생겨버렸다.

대농을 중심으로 인부 알선업자에게 웃돈을 줘가며 인력경쟁을 하다 보니 인건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인건비가 시기나 작업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번 올라간 인건비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건비 오르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외국인 인부들도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며 일당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을 찾아다닌다. 외국인 인부들은 한국의 농민들을 바보라고 비웃기까지 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외국인에만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함께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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