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농부)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시골에 가는 방식에 따라 농사 지으면서 살면 '귀농', 어업하며 살면 '귀어', 그냥 시골에 살면 귀촌이다. 시골서 살다가 도시로 가면 '귀도'라 안하고 이사라 한다. 도시로 가는 것은 이사라고 하는데, 시골로 가는 것은 '귀농', '귀촌'이라 부르니 이는 차별적인 말이다.

처음부터 시골에 갈 때, 거기 사는 사람들과 함께 살 궁리를 하면서 갔다면, 완전한 귀농이다. 물론 준비한다고 해봐야 현지하고 잘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도는 현지가 아닐테니까. 시골 어느 마을의 빈집을 얻어서 대충 수리하고 살다가 사정이 생겨서 집을 옮기고, 운이 좋아서 조그마한 집이라도 사서 살게 되면 정착할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밭을 빌려서 콩, 감자, 고구마, 옥수수, 마늘, 양파, 땅콩, 배추 등을 지으면서 산다면 농부의 길목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다가 논을 구하게 되어 논 농사, 즉 쌀농사를 시작한다면 완전한 농부가 된 셈이다.

농사로는 물론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다. 농산물 값이 워낙 싸기 때문이다. 먹고 살 만한 농사를 지으려면 100마지기(밭 1만평, 논 2만평) 정도는 지어야 한다지만 그건 엄두도 못 낸다. 그런 큰 논이나 밭이 있어도 귀농인이 감당할 수는 없다. 오랜 농사 경험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그러니 귀농인이 정착하려면 한 두해 가지고는 모자란다. 정착하려고 열심히 사는 동안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마을 분들과 갈등이 없을 수 없다. 대충 뭉개거나, 모르는 척하고 지나갈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일로 도시에서 시달리다 시골에서 살려고 여기저기 다니는 분들 태반은 싸고 좋은 별장이나 그런 별장을 지을 터를 구한다. 이런 식이면 시골로 오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투기가 아니라지만 사실상 투기이다. 자기가 살려는 집 혹은 토지를 구하는 것이지만 투기다. 투기라고 꼭 불요불급한 것을 사서 큰 이익을 남기려고 투자하는 것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이미 살던 분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거나 어울리기 싫어하고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식, 그것은 근처 분들에게는 투기 말고는 따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떻게 살아야 편안하고 건강한 삶인가? 그 기준이 무엇일까? 동네 이웃으로 이사와서는 겉은 아파트가 아닌데 속은 완전히 아파트식으로 꾸며서 사는 분들, 그거야 자유지만 그 동네 이웃들에게 너무하다는 생각쯤은, 미안한 마음쯤은 조금은 하고 살았으면 한다. 이웃들과 딴판으로 차려놓은 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차별감이나 위화감을 보라는 말이다.

어울려 사는 것, 그것이 공동체이다. 시골 와서 '공동체의 삶'을 로망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산속 같이 외따로 떨어진 집을 짓고 살면, 누구와 무슨 공동체가 성립하겠는가. 귀농, 귀촌을 생각하기에 앞서 왜 내려가려는 건지 돌이켜 보고, 어떻게 살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터를 잡았으면 한다. 그저 혼자만 편하게 살고, 노는 터를 잡으려거든 시골 오지 말기 바란다.

시골, 더이상 빈곤 지역이 아니다. 한국,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던가. 비교 대상이 되게 하는 행동을 삼가고 같이 사는 모습으로 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즐거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시골살이를 준비하면 좋겠다. 시골, 도시살이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휴양지가 아니고 인생관을 바꾼, 철학을 새로이 한 이들의 희망 보금자리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곳으로 생각하고 오면 좋겠다. 이물질 하나 투여하지 말고 새로운 신선한 물을 가지고 오면 참 좋겠다. 몹쓸 인생 투기는 버리고 잘난 인생살이를 가지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 숲에 숨어 살 심산으로 시골가지 말고, 사람들의 숲에 살면서 '좋은 사람 숲'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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