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어버이날을 맞아 해남에서는 경로효친 사상과 가족사랑을 실천해 모범이 된 21명이 효행자와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표창을 받는다. 1명은 국무총리 표창, 6명은 도지사 표창, 14명은 군수 표창을 받는데 도지사 표창을 받는 2명의 사연을 소개한다.  

 

▲ 박귀임 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에게 볼을 비비며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 박귀임 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에게 볼을 비비며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 해남읍 박귀임 씨, 30년간 중증아들 수족

"뭣이 힘들다요, 내 아들인디. 그래도 내가 엄마인 줄 아는지 항상 웃어라. 우리 아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제."

해남읍에 사는 박귀임(69) 씨에게는 여느 어머니처럼 가장 사랑하는 자녀가 있다. 딸만 둘이 있다 42살에 가진 아들이라 더욱 기쁨이 컸던 늦둥이였는데, 태어날 때부터 뇌가 손상돼 말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뇌병변을 앓고 있다. 

아들이 어릴 때는 업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재활치료에 나섰지만 이제는 훌쩍 커버려 택시를 태우기도 힘들고 업고 다닐 수도 없어 침대생활에 의지하고 있다.

하루도 쉴 틈 없이 매일 씻기고, 기저귀를 갈며 욕창이 생기지 않게 돌봐야만 했다. 주위에서 시설에 맡겨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내가 낳은 자식이기에, 내 품을 잠시도 떠나지 않으려는 아들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아들은 어느새 올해 30살이 됐다.

아들이 노래 소리를 좋아해 항상 아들 방에는 국악방송 라디오 등을 틀어놓아 염불과 국악이 끊이지 않는데 아들은 웃는 표정으로 가끔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아들은 또 30년 동안 한 번도 '엄마'라는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박귀임 씨가 아들을 향해 '엄마'라고 해봐라 그러면 그 마음을 아는지 엄마를 향해 매번 웃음으로 답을 해줬다고 한다. 

정성으로 아들을 돌보면서 정작 박귀임 씨는 허리와 담낭 수술까지 받고 혈압과 당뇨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그래도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픈 아들을 보살피는 가운데서도 종가집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시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모셨고 남편이 공직생활 40여 년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내조도 아끼지 않았다.

박 씨는 "다른 사람들은 아들이 없으면 편할텐데라고 하겠지만 전혀 불편한 것 없고, 우리 아들이 숨 쉬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그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이 있어 겸손을 더 알게 됐고 더 열심히 살게 됐다"며 "내가 건강해서 우리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 유삼현 씨가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 유삼현 씨가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어머니 모시는데 첫째, 셋째가 있나요"

■ 산이면 유삼현 씨, 40년째 노모 모시는 셋째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내가 군대 제대하면서 결혼 전부터 40여 년 동안 어머니를 쭉 모셨죠. 어머니 모시는데 장남만 모시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32년 동안 우체국 직원으로 공직생활을 하고 2년 전 퇴임을 한 뒤 이제는 산이면 학림마을에서 이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유삼현(62) 씨.

5남매 중 셋째인 그는 올해 91살의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살고 있는 소문난 효자이다.

다섯 남매를 힘들게 키우신 어머니를 위해 자식 된 도리를 다할 뿐이다는 유삼현 씨는 이장일을 하는 동안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매일 아침 차로 병원에 모셔다드린다.

기관지천식에 치매 증상이 있는 어머니가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인데, 친구들도 만나고 물리치료를 받는 것을 좋아하셔서 힘든 내색 없이 어머니 곁을 함께 하고 있다. 오후에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오는 일은 요양보호사가 맡고 있어 그 틈을 이용해 마을 일을 돌보고 있다.

유삼현 씨는 "3남매를 두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3남매를 손수 키워주셨고 다 큰 자녀들이 고향 집에 오면 항상 할머니하고 같이 방에서 잘 정도로 사이도 좋다"며 "어머니가 손주들한테 쏟은 사랑을 제가 보답해 드리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이웃사랑과 마을 어르신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을 이장을 하면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과 간식을 직접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하고 불편한 사항이 있을 때는 면사무소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신청할 때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차량으로 면사무소를 방문하고 어르신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도 차량 지원은 물론 직접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도 아끼지 않고 있다.

유삼현 씨는 "어머니가 '정직하게 살아라, 남한테 잘하고 살아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어머니 말씀을 잘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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