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본사 대표이사)

 
 

생명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5월은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하는 철이자 가정의 달이다. 농업이 주산업인 우리 지역은 이미 고추, 고구마 등 밭농사를 시작했고 논농사 준비에 한창이다. 바쁜 농사노동에 매달리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행복한 삶을 위해 어린이, 부모, 어르신 및 스승과 함께하는 대단히 의미 있는 달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인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면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보장되는 행복한 삶을 누릴 기본적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해남 농민도 행복해야 할 국민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인해 일상적인 만남과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우울함이 많아져 살림살이가 팍팍한 소상공인과 농민은 매우 힘들다.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경제성장 제일주의에서 농업, 농촌, 농민은 늘 희생의 대상이 되어 농업은 낙후된 산업이고 농촌은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소멸위기 지역이고 농민은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산업문명이 초래한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까지의 인간 문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문명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성찰도 깊어지고 있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를 가져오는 법이다.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농업, 농촌의 역할과 위상은 우리 국가와 공동체에 새 희망을 주는 산업이자 지역이 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으로서 만이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 등 다원적 기능으로 문명위기에 처한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희망의 산업이고 지역이다. 미래의 우리 사회는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지역공동체 삶은 특히 농경문화의 특성상 더불어 노동하고 함께하는 삶이 오랜 역사적 전통이었고 각자도생의 현대사회의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인류의 문명사적 전망에서도 희망의 길이다. 경쟁과 효율을 바탕으로 한 물질만능사회에서 상생과 배려의 인간생명과 자연을 존중하는 생태 문명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제 미래의 행복한 삶의 희망 속에서 주인의식으로 서로를 보듬고 함께하는 살맛나는 해남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일상적인 삶 속에서 군민이 주인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다소 관변적이고 지방행정의 보조기관적 성격이었던 주민운동이 자생적으로 마을과 면 단위 지역의 미래비전을 찾아 소통과 토론과 대화와 교육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발전방향을 찾는 주민자치회가 출범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출범이 이 지역의 군민과 농민이 진정한 주인되는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선조들의 사랑정신을 전승하여 오늘의 물질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생태문명을 일으키는 희망의 운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군민의 살림꾼인 공직사회는 우리 지역의 주인은 군민이고 농민이라는 민주정신을 내면화하고 주민자치 모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얼마 전 어느 주민자치회 출범식에서 초대받은 손님인 내빈들이 내빈들을 번갈아 소개하는 '판에 박은 축사'를 하는 과거의 관행이 지금도 여전함에 놀랐다. 과거의 권위주의 관행에 따른 이런 현상은 주인공인 주민들을 짜증 나고 피곤하게 한다. 군민이 주인 되는 작은, 그러나 의미있는 발걸음을 이제는 내디뎌야 한다. 이의 실행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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