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학의 답답함을 핑계로 호주를 간 적이 있다. 공부는 핑계였고 여행과 일,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영어사전이 아닌 디지털카메라 하나 들고 떠났던 나의 20대가 미니홈피에 차곡차곡 쌓여갔었다. 미니홈피는 지인들과 소통의 장이었으며 사진첩이었고, 나만의 일기장이었다. 이후 컴퓨터에서만 가능했던 미니홈피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새로운 SNS에 그 자리를 양보했고, 서서히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미니홈피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소중한 사진 180억 장과 데이터가 안전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현재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을 보면 한 사진에 관해 설명할 때 문장 형태로 글을 쓰는 것은 소위 '인스타 감성'에 어긋난다. 짧은 영어단어 하나 툭 던져놓고 대충 있어 보이게 자신을 표현하는 게 요즘 감성이다. 나 또한 인스타그램 사용자이지만, 화려한 하이라이트만 담고 있는 SNS의 삶과 현실의 괴리는 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눌러주는 '좋아요'의 숫자로 과열 경쟁을 하기도 한다.

미니홈피 또한 비슷한 형태로 일촌을 늘려가긴 했지만 적어도 얼굴만큼은 아는 사람과 일촌을 맺곤 했다. 솔직한 나를 보여주는 곳이고 내면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니홈피의 부활을 더 반기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이전의 싸이월드가 주는 감성이 좋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새롭게 돌아오는 싸이월드가 현재 SNS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생산되고 저무는 시대에서, 개인의 이야기가 존중되고 찬찬히 추억할 수 있는 형태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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