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 3차 아파트 공동체 대표)

 
 

"OO야, OO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어떻게 만드는 거야? 무슨 자격 조건이 있어?"

OO에게 급하게 묻고는 OO이 대답하고 있는 그 짧은 순간도 아이디어가 날아갈까 조바심이 났다.

"포터(porter)조합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장을 보러오면 짐 때문에 차를 끌고 나오고 마땅히 차 댈 곳이 없으니까 도로가에 세워놨다가 후딱 사서 급하게 가잖아. 그 두 문젯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언니가 생각해낸 것 아니냐"며 주말이라 쉬고 있었을 OO를 잡아놓고 사설을 늘어놓았다. "장꾼들 짐을 맡아주거나 옛날 동대문 시장의 지게꾼처럼 배달해 주는 거지. 그래야 주차 걱정이 사라지고 양 손이 가벼운 사람들이 여유롭게 여기저기 더 돌아볼 것 아니냐. 더군다나, 코로나 이후에 엄청나게 쌓이고 있는 스티로폼과 아이스 팩을 수거해서 재사용하니까 그거 1석 몇 조지. 근데, 사무실도 얻어야 하고 냉동고도 사고 차량도 구입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하는데 장꾼들에게 천원, 이천 원씩 받아서 수지가 맞겠냐? 결국 돈이 문제다."

계속 얘기를 듣고 있던 OO가 "면에서 오는 차량은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청산유수로 외곽에 큰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마을버스를 자주자주 운행하면 되지 않겠냐며 전국 최초로 읍의 중심가 전체가 개인 차량이 안 다니는 거리가 조성되는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벌써 실현된 것마냥 한껏 들떠 있었다.

OO에게 전화를 건 바로 그 전날, 2021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해남 5일 시장 사업설명회 참관을 하러 갔는데 그 다음에 있었던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산을 확보해 놓았다는 주차타워에 대한 주민 설명회가 더 열띤 논쟁의 장이었다. 5일 시장 상인들과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 관계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다 달라 살그머니 일어나 옥상 가장자리로 가서 주차장을 살펴봤다.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 말대로 주차타워가 지어지면 소음 공해와 사생활 침해가 실제로 발생하겠다 싶고 누군가 불편하면 또 민원이 발생할 테니 담당 공무원들이 골치 좀 아프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는데 계속 그 문제가 머릿속에 머물러있었나 보다.

주차 문제는 해남읍 대부분의 지역과 면소재지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은 어디나 있다. 언젠가 친구가 밥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 우리 집이 있는 해리에서 택시를 타고 친구의 집에 가려면 기본료보다 더 많이 나온다. 평소에는 걸어가는데 그날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급하게 택시를 불렀다. 마침 러시아워였는데 도로가에 주차 또는 정차된 차량도 많았고 운행하고 있는 것도 많아 택시가 더뎠다. 미터기가 올라가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문득 기사님이 "세워져 있는 차 중에는 1년에 1만 킬로도 운행하지 않는 차량이 부지기수"라며 기름값이며 보험료 등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택시를 타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니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생각의 틀로 주차 문제를 바라보면 주차공간이 부족해 장사를 할 수 없다거나 발생할 민원에 행정은 군민들의 문화생활의 향상을 위한 유휴공간의 턱없는 부족에도 지금처럼 땅이 나오는 족족 사서 주차장만 만들겠지만 민원은 또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차량이 많다는 것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면 차량 소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징후들을 들먹이지 않고도, 가만히 돌아보면 차에 얽매이지 않고 걸어 다녀야 사람과 거리도 눈에 들어오고 가게도 기웃거리게 되지 않던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어느 지자체장의 슬픈 웃음이 생각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