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지 1년 7개월여 '여전히 1심'
증인심문·기일 변경·공판 연기 등등

2년 전 치러진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화산농협 조합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판결에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3심제도가 마련된 상황에서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어떻게든 당선만 되면 임기를 채운다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상진 조합장은 지난 2019년 3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유권자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7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조합장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넘었고, 공소가 제기된 지 1년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1심 판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판 때마다 증인 신청과 증인심문이 이어졌고 여기에 증인 불출석은 물론 공판 연기와 기일변경이 받아들여지면서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변론 종결과 함께 검찰 구형이 이뤄진 뒤 같은 해 8월 1심 판결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재판부가 재판 쟁점과 관련해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변론이 재개되고 있다. 올 초에는 법원 인사와 관련해 재판부가 한차례 바뀌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유권자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돈을 건네지 않았으며 돈을 받았다고 자수한 A 씨가 오 조합장을 만났다고 밝힌 시간이 CCTV에 확인된 시간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지원은 재판이 길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안이 복잡한데다 증인 심문 등이 여러 번 이뤄지며 판결이 늦어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돈을 받은 자수자가 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미 포상금까지 주어졌지만 당사자는 돈을 건네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국 둘 중에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밝히는데 지나치게 재판이 길어지면서 국민 법감정이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공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적으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고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아 재판기간과 관련한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270조에 '선거사범의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 제기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위탁선거법도 공직선거법처럼 공소 제기 후 1년 안에 대법원 판결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이영(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행안위 법안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 국회 차원에서 제도 보완이 이뤄질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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