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천(해남제일중 교사)

 
 

봄이다. 상투적인 인사로 만물이 생동한다는 계절이다. 아직 아침이면 선뜩한 바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미 출근길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차례로 피었다 진 뒤에 학교 언덕 철쭉이 한창이다.

순서대로 꽃들이 피어나는 것처럼 이맘때 운동장은 생동하는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학교 운동장은 종일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작년 8월 전라남도교육청이 용역을 주어 실시한 인조잔디 우레탄 유해성 검사결과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운동장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와중에 많은 사람의 노력과 협조로 전교생이 등교하여 걱정되는 가운데라도 수업을 하고 있지만, 한창 힘이 넘치는 아이들이 온종일 교실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학급 수가 적지 않다 보니 때로는 체육 시간이 겹쳐 있어도 두세 반 학생들이 좁은 체육관에 모두 들어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할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 위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여기저기 헤매기도 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많은 사람의 우려에도 학교 운동장에 고무 가루 충진재가 들어간 인조잔디 시설과 납 성분이 섞여 있는 우레탄 트랙 시공을 밀어붙인 과거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관리의 편리함과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인조잔디를 선호한 학교 관계자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2016년 전국적으로 실시한 유해성 검사결과 전라남도 내 상당수 학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지금의 사태가 예견되었음에도 미리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돼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운동장은 도교육청이 예산을 확보해서 철거와 보수를 한다는데 학교에서는 그때가 언제가 될지 아직 짐작도 못 하고 있다.

해남신문에 보도된 대로 우리 학교는 그린 스마트 학교로 선정되어 내년 말 리모델링이 계획되어 있다는데,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운동장 사용을 못 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지금 1학년 학생들은 운동장 사용을 한 번도 못 하고 졸업할 수도 있으니 그 아이들은 얼마나 불행하며, 불행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억대의 돈을 들여 조성했지만 쓰지는 못하고 보기에만 좋은 녹색의 인조잔디를 보며 문득 그린하고 스마트한 학교를 만든다며 다시 수억의 돈이 투입된다는데 인조잔디 우레탄 트랙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내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가지 더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인조잔디구장, 교과교실, 그린스마트교실하는 외형의 변화 말고, 5년짜리 정권에 따라 변하는 교육정책도 말고, 권력과 이기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빨리 이뤄지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때의 공약이지만, 다음 정권 출범을 1년 남겨놓은 지금까지 큰 진전이 없어 유감이다.

지금은 운동장이나 학교 건물을 바꾸는 것보다, 우리 교육이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진지한 교육철학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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