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을 벗어나면 더 멀리 떨어질수록 해남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진다. 해남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땅끝'이라고 말하면 그제야 '아하'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남보다는 땅끝이 그들의 뇌리에 더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남의 랜드마크는 지리적 위치에서 얻어진 무형의 땅끝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해남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유형의 많은 랜드마크가 튀어나온다. 대흥사, 두륜산, 달마고도, 우수영, 미황사, 고천암, 윤선도, 고구마, 겨울배추 등등.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땅덩어리를 보유한 해남은 수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때 묻지 않는 자연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러한 관광자산이 그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해남을 먹여 살리는 주요 산업은 농업과 관광이 담당하게 된다. 이 가운데 '관광해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해남을 대표하는 많은 랜드마크를 발굴하고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 '해남' 하면 떠올려지는 게 많을수록 좋다.

출향 인사를 비롯해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관광해남'을 위해서는 자원 이외에도 먹고 잘 수 있는 환경을 주문한다. 그렇지 않다면 스쳐 지나가는 관광에 그치고, 이는 결국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먹고 자는 환경은 별개가 아니다. 이 둘의 자산은 실제적으로 한 몸이다. 먹어야 자고 자야 먹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상호작용의 관계이다.

한옥여관으로 100년 넘는 전통의 유선관이 10개월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오는 6월 다시 문을 연다. 신선이 노니는 집이라는 뜻의 유선관은 비단 역사성뿐 아니라 천년고찰 대흥사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비슷한 사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점을 갖추고 있다.

대흥사 소유의 유선관은 해남 출신 사업가가 위탁운영하게 된다. 앞으로 유명인사나 출향인들 사이에 "유선관에서 묵어봤어?"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주말이면 각종 공연행사를 마련해 관광객 유치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연보호지구에 위치한 유선관이 명실공히 관광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영업행위나 행사가 법규정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전처럼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면 명성에 커다란 오점이 될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대흥사와 운영자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응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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