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숙(리멤버0416 회원)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 문재인 후보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규명을 반드시 해낼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달라고 선거 유세를 하고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졌고 그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사회적참사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모든 감춰진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권한이 너무나 빈약했기에 수사에 협조해야 할 기관들은 핑계와 모르쇠로 버티며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다 사참위는 세월호 유가족이 쓴 책에 대해 판매금지가처분 신청까지 하며 자신들의 역할과 정반대되는 행동으로 유가족과 진실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을 뿐이다. 과연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돌아왔다. 7주기가 지나면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끝나 현재의 법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히거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찾아내도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거라는 믿음을 어그러뜨리자 유가족과 생존자와 시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도 하고 칼바람 부는 겨울날 노숙 농성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들의 다친 마음을 달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했고 청와대 앞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찬 바람 속에 노숙하는 사람들이 천막도 치지 못하게 막아 그들은 별이 보이고 칼바람이 쌩쌩 부는 길바닥에서 추위와 세상의 무관심과 대통령의 냉혹함과 싸우며 밤을 새워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월호냐, 지겹다 그만해라'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많은 의혹들이 한 가지라도 해소된 게 있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밝혀진 게 있느냐고. 참사 당시 제대로 구조하지 않은 해경, 유가족을 사찰하던 국정원, 가만히 있으라 방송하고 도망친 선장, 7시간의 행적을 감췄던 전 대통령, 누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냐고.

오히려 그때 세월호 집회를 주도했다고 김혜진, 박래군 두 인권 활동가에게 유죄판결을 하고 박근혜 퇴진 선언에 참여했던 전교조 교사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는 근래의 행태를 보면 이 정부가 촛불정부라 자임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을 볼 때, 얼마 전에 끝난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참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후보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너무나 아쉽다.

이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없어 무기력하고 절망적이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판을 들고 날마다 거리에 나섰다.

'이런 것도 좋지만 해남에 철도 놔달라고 해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수고가 많다고 해주고 학생들 중에는 질문도 해오고, 같이 피켓을 들어주는 분들도 계셔서 많은 힘이 되었다.

내가 이런다고 대통령이 움직일 리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잊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4월 16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군민광장에서 조촐한 추모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모여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 잊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있다는 걸 보여주시기 바란다.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지 고민이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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