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농민)

 
 

1주일 간격으로 비가 오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남 농민들은 고추 정식, 옥수수 정식, 봄배추 물주기, 조생종 벼 육묘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쁜 농작업 중에도 올해 농산물 가격이 괜찮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1일 찾은 경북에 위치한 일선 농협의 모습은 해남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이날 안동시에 위치한 서안동농협 고추경매장에서는 건고추를 출하한 농민들이 경매사와 중매인들을 예의주시하며 자신이 맡긴 건고추의 경매가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추 산지에 경매장이 있다보니 그 지역 농민들은 출하하기에 편하고 지역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도 갖고 있다.

이날 경매장 최고가는 건고추 한 근(600g)이 1만8600원에 낙찰됐다. 서안동농협의 '안동(고추)유통센터'는 지난해 개장 후 현재까지 246일 동안 796억5000만원의 운영실적을 거뒀다.

남안동농협 '고추종합처리장'도 찾았다. 이곳은 1일 35톤, 연간 2100톤의 고추를 고춧가루로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고추종합처리장 관계자는 "홍고추를 세척한 후 4시간이 경과하면 고춧가루가 되어서 나온다"고 말했다.

고추생산 농민들이 직접 출하하고 그 앞에서 경매가 이루어진다. 경매 수수료는 3%에 불과하다. 농협이 운영하기 때문에 출하 장려금, 포장지 지원, 고추 종자대 지원 등 다양한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왜 안동은 고추인가? 농협 관계자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안동에 고추 생산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도 고추를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 전국 최대의 농군인 해남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전국 시군 단위 중 해남군의 농지면적은 단연 으뜸이다. 지난해 해남의 주요 농산물 생산량을 보면 △가을배추 2488ha, 22만3920톤 △겨울배추 2507ha, 21만3095톤 △고추 839ha, 2131톤 △마늘 834ha, 9174톤 △양파 371ha, 2만405톤이다. 이외에도 고구마 등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된다.

하지만 해남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종합적인 계획 아래 유통되거나 가공처리되어 나가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가을배추, 겨울배추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 경매하는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품질 좋은 농산물은 해남군 발전의 큰 에너지다. 지금까지 이 에너지를 다른 곳에 빼앗기고 농락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체계적인 유통과 가공을 준비하고 이를 실행해야 할 때다. 가칭 '해남배추(양념류)유통센터'를 개설하고 농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매장 개설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유통구조를 갖추고 가공하는 시설까지 해남군과 농민이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남군이 진정한 농군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남군농산물유통공사' 설립도 필요하다. 산지에서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해남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남의 농산물은 품질이 좋고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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