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전자파·질병·경관 훼손" 결사 반대
한전측 "산자부 승인 거쳐 2023년 말 완공"

▲ 옥천면 이장들이 도로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계획 중인 변전소 건립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내 네모는 옥천면 곳곳에 내걸린 변전소 반대 현수막.
▲ 옥천면 이장들이 도로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계획 중인 변전소 건립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내 네모는 옥천면 곳곳에 내걸린 변전소 반대 현수막.

한국전력이 옥천면 영신리 일대에 특고압선이 흐르는 변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전은 해남읍에 있는 해남변전소의 용량이 포화상태이고 태양광발전소 등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실어나르는 송전, 변전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230억원을 들여 영신리 일대에 변전소와 송전선로를 설치할 방침이다. 기존 송전선로에 전력케이블 연결용 철탑 2개를 세우고 부근에 변전소를 만들어 15만4000볼트의 특고압선을 땅밑으로 매설해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일부가 참여한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지난 2018년 영신리 일대를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 반발로 주춤하다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산자부가 최근 토지 보상과 관련한 의견수렴에 나서면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의견수렴 과정에서 옥천면 43개 마을 가운데 42개 마을이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전에 후보지로 선정됐던 영신마을마저 찬성에서 중립으로 입장을 바꿨다.

박덕환 옥천면 이장단장은 "건립 예정지는 해남읍과 옥천면을 잇는 관문으로 바로 옆에 국도와 군도가 있고 인근에 여러 개의 마을이 위치하는 상황에서 전체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사업설명회 없이 일부만 대상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예정지에서 가까운 신계와 다산, 한천, 신죽, 월평 등 마을 이장들은 "해남에 전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태양광 업자들을 위해 왜 우리가 희생을 해야 하냐"며 "특히 전자파 피해는 물론 암을 비롯한 질병 발병, 경관 훼손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건립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장들은 또 "낙뢰나 과부하로 철탑이나 송전선에 이상이 생기면 인근 마을에 큰 피해가 우려되고 최근 드론이나 자동화시설 등 스마트농법이 대세인 상황에서 전자파 방해로 최첨단 농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는 "산자부에서 사업승인이 나면 토지 매수를 거쳐 공사에 들어가고 2023년 12월쯤 완공 예정이다"며 "특고압선 선로 길이가 50m에 불과하고 땅밑으로 매설되는 만큼 주민들이 염려하는 피해는 없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주민대표 등과 협의해 추가 설명회를 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옥천면 전체 주민들이 변전소 건립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사업추진에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또 전원개발사업촉진법에 따라 실시되는 사업으로 산자부 승인만 받으면 되고 지자체에서 관여하는 인허가 내용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해남군을 상대로도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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