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시인)

 
 

우리 사회는 소수의 부자들과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아웅다웅 살아가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사실 그 부자들마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가난이 사회를 지배하는 꼴이다.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노동이 삶을 떠받들기엔 역부족인 사회이기도 하다. 노동이 삶을 지탱하지 못하다 보니 삶은 자꾸만 '딴눈을 판다'. 일확천금을 노린다거나 노동을 포기하고 엉뚱한 데서 뭔가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모습들이 확대되며 사회는 점점 솔직함을 잃어가고, 자꾸 곁눈질이 늘어간다. 의심하거나 의심 없이 선망하거나, 불안증이 커지거나 자포자기에 빠지거나, 어땠든 삶이 버거워지고 삶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러다 희망을 잃거나 되레 삶을 외면하려들게 된다.

요즘 '인구절벽'이니 '지역몰락'이니 하며 말들이 많다. 이럴 때 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따라붙기도 한다. 무언가 아련하지만 희망이 생길 것도 같은, 희망이 생기기를 희망하는 것이리라. '삶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는 해남이 된다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해남은 자연경관이 좋다. 산과 들이 참 편하게 어울리는 곳이다. 농토나 바다도 넓다. 또한 오염되지 않은 환경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고 있다. 이는 농산어촌과 연계된 다양한 경제유발요인으로 작동될 것이다. 귀농귀촌의 유발요인으로 최적이라 할 것이다.

해남에서 여러 준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잘 안다. 그에 더해 이런 자산을 토대로 인구유입을 권할 조금 더 구체적인 정책들이 요구된다. 누구나 '살기 좋은 해남'이 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도해 줄 전문가 그룹과 지자체 차원의 준비체제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남군이 이미 추진하고 있지만 민관협의체인 지원센터가 다양한 내용과 폭넓은 참여자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이 생산되어 누구라도 참여해 보고 싶도록 안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하나의 예로, 농촌 빈집들을 활용할 방안을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찾아내야 한다. 현재 농촌 마을엔 원형탈모증 같은 빈집들이 방치되고 무너지면서 음습하기까지 하다. 지자체가 이런 빈집들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수리해서 삶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마을 모양이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토착민들에게 '마을 살리기' 교육을 수시로 폭넓게 진행해 유입인구와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토대 위에 더 구체적이며 다양하고 세분화된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달마산 힐링프로그램'을 고민해 보자는 사람들을 만났다. 짧게나마 논의한 것들 중에 '공동체와 힐링을 필요로 하는 개인들의 자율적 결합'이라는 주제로 달마고도와 자연농원과 바다마을을 연계한 요양프로그램을 모색해 보자는 내용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것의 하나로 소규모 지역공동체와 귀농귀촌인들이 결합하여 출신지역과 연계할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으며, 이곳에 예술인이나 다양한 꾼들을 불러들여 '얼마간 살아보기'를 추진하고, 그들의 작업과 지역이 결합할 수 있는 토대를 준비해 보자는 얘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나아가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자립기금대출) 같은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해서 지원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자못 클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어졌다.

어쨌거나 지자체의 다양한 사업에 더하여 보다 참신하고 세심한 사업들이 준비된다면, '해남에서의 안락'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해남의 넉넉한 들처럼 해남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귀농귀촌 등 이주민들과 따뜻한 인심을 나눈다면 더없이 좋은 세상이 아니겠는가? 해남의 품속이 더 따뜻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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