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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간, 관용이 답이다오주승(전 전남평생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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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02  13: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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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항 앞에 있는 엘리스섬. '자유의 여신상'으로 유명한 리버티섬 바로 옆에 있다. 1892년 1월 1일, 엘리스섬 선착장에 대형 선박 3척이 닻을 내렸다. 이 날은 엘리스섬에 개설한 연방이민국이 업무를 시작한 날. 이민국을 통과한 1호 이민자는 아일랜드에서 온 15세 소녀 애니 무어. 그녀는 이미 미국에 와있던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 이 해에만 앨리스섬을 통해 45만명이 미국으로 들어왔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대규모 미국 이민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인종간의 갈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고, 미국 사회를 극단의 불안과 분열로 몰아갔었다. 문제는 인종 증오 범죄가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에 집중되고 있고, 그 행태 또한 극히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오 범죄는 인종, 민족, 문화를 비롯하여 관습과 종교, 성별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다. 보통 다른 인종이나 외국인에게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폭언을 하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서 시작되는 게 보통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폭력이나 살인 등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인종 혐오는 어느 정도일까. 순혈주의를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인종 혐오도 심각하다. 혐오의 형태도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따라 극히 차별적이다.

2009년 7월 10일, 성공회대 연구 교수인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 교수가 버스를 타고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한국인 박 모씨가 영어 욕설을 섞어가며 "더러운 ×, 아랍 ×이냐"라며 시비를 걸었다. 후세인 교수는 박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박씨는 기소됐고, 법원은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기소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후세인 교수는 본의 아니게 한국 사회의 인종 혐오에 경종을 울린 상징적 인물이 됐다.

우리나라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1월 현재 201만4433명. 작년 1월 242만6433명에 비해 오히려 17%나 줄어들었다.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이유 때문이다. 외국인들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 베트남, 태국 순이다. 아시아계가 절대다수다.

해남군의 경우를 보자. 결혼으로 인한 이민자는 604명, 외국인 근로자는 1400여명이다. 물론 합법적인 숫자이기 때문에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부분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미 조선족 이주 동포와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의 단순 노동과 서비스 업종의 주력군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을 지낸 영국인 다니엘 튜더는 그의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의 민족주의는 외부 세력의 개입, 혹은 그들에 대한 공포의 산물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의 민족주의는 공격적이라기보다 방어적이다"라며 '방어적 민족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 사회의 순혈주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수많은 외침을 당해 온 우리 나름의 방어 기제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지정학적으로 반도국가, 혈연적으로 단일 민족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징은 국제 이주 문제에 대한 경험과 지식, 통찰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인류의 역사는 그 자체가 이주의 역사였다. 모험심 강한 호모 사피엔스는 고향인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흩어져 나갔다. 정착보다는 이동을 택한 것이다. 최근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호모 미그란스'(Homo migrans), 즉 '이주하는 인간'은 이주를 인류의 속성으로 꼽고 있다.

우리의 이주 역사도 뿌리가 깊다. 일제의 압제를 피해 다른 나라를 전전하며 풍찬노숙했고, 잘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열사의 땅에서 땀을 흘렸다.

미국 사회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인종 차별은 없는지, 인권 감수성은 어느 수준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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