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 3차 아파트 공동체 대표)

 
 

전남도에서 실시하는 2021년 사회혁신 공모사업을 해남천에 적용하여 신청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우리 해담은 3차 아파트가 해남천 인근에 있고 공동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게 그 이유였겠지만 제안을 받은 직후 공모사업의 배경을 알지 못해 난감했다.

사회혁신이란 단어구의 의미를 먼저 생각했다. 혁신이란 단어를 품고 산 며칠 후, 발명은 혁명에 비유한다면 혁신은 실용신안 정도 되겠구나 하는 감이 왔다. 그 후 해남천을 살피며 산책로를 걷고 또 걸었다.

사실, 해남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매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지속된 긴 가뭄으로 금강저수지의 갑문을 통해 내려오는 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 바닥의 돌에 더러운 이끼가 끼어 부초처럼 흐느적거리고 악취가 났다.

요즘 들어서는 자주 내린 비로 유수량이 다소 증가했지만 이미 해남천의 민낯을 봤으니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할 수 있도록 공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전남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 공모서류를 작성한 경험이 어려운 결심을 하도록 보탰지만 마을 만들기 공모 신청서류 작성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해남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의 일원으로 만난 새로운 많은 사람들이 공모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들려온 말들은 "미안한데 내 코도 석자"였다. 그들도 다른 공모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아파트가 지원한 '전라남도 마을 만들기 공동체 지원사업 공모'도 공무원인 주민이 던져준 정보였고 이번 전남도 사회혁신 공모사업도 제안을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공모에 매달릴 만큼 공모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 많은 활동가들이 2월 한 달을 공모서류 작성에만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들은 1년 12개월이 아니라 11개월을 살고 있었다.

공모는 해남 작은 영화관 명칭 공모처럼 군에서 발주하는 것도 있고 도나 중앙 정부부처에서 발주하는 것이 있는데 군 공모보다 도 공모가 조금 더 복잡하고 형식적이다.

중앙부처의 공모는 액수도 훨씬 크고 서류 작성이 더 복잡하고 형식적이며 자체적인 프레임을 갖고 있는데 많은 지자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아 이런 중앙부처의 공모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표준적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는 용역이 개입하여 주도하는 주객전도의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한다. 각각의 지역에 필요하고 적합한 사업이 아니라 벽돌을 찍어내는 것처럼 전국을 같은 틀 안에 가둔다.

중앙 정부가 각 부처의 성과 위주의 공모 발주를 금지하고 차라리 사업비를 지자체에 내려주어 그 지자체에 꼭 맞는 사업을 하도록 장려해 주민 자치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이바지하면 좋겠다. 물론, 각 지자체가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니 이런 공모라도 많이 선정되는 것이 지금 우리 군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보력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선점하게 하지 않는 정보 공유의 공정성 확보와 공모 대행을 맡을 공모 전담부서를 만들어 군 자체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군민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질 높은 아이템을 개발하면 공모 전담부서의 전문가들이 서류 작성을 도맡아 선정 가능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많은 군민이 서류 작성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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