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서 묘 착각해 무단 파묘
설 성묘 가보니 유골도 없어져
'훼손 합의' 안되자 연락 끊어

▲ 봉분이 사라진 어머니 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 봉분이 사라진 어머니 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 어머니가 저를 어떻게 키우셨는데…. 어머니 묘도 지켜드리지 못한 불효자가 돼버렸습니다."

황산면 징의마을에 사는 A 씨는 지난달 설 때 마을 야산에 있는 어머니 묘소에 성묘를 하러 갔다 기절초풍할 일을 당했다. 멀쩡했던 어머니 묘가 파헤쳐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부산에 사는 B 씨가 아들과 동행해 지난해 6월 포크레인을 동원해 묘를 파헤치고 유골도 가루로 만들어 주변에 뿌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부산에 사는 B 씨는 그동안 해남에 있는 조카를 통해 어머니 묘를 관리해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묘 관리가 힘들다며 파묘한 것인데 이 묘는 자신의 어머니 묘가 아니라 A 씨 어머니의 봉분이었던 것이다.

A 씨는 "자주 오지 못해 착각했다고 해도 두 묘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70m 이상 떨어져 있고, 파묘를 하기 전에 해남에 사는 친지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면사무소에 개장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어머니 묘를 파서 유골까지 훼손해 충격도 충격이지만, 천도재를 지내고 묘를 다시 쓰려면 3000만원 넘게 드는 상황에서 B 씨는 총재산이 1000만원밖에 없으니 맘대로 하라거나, 징역을 살겠다는 등 발뺌만 하고 있다"며 "난 어떻게 하란 말이냐"하고 울먹였다.

A 씨는 지난해 8월 갑자기 배에서 떨어져 석 달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고 아내도 올 1월 발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등 우환이 겹치면서 성묘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B 씨는 A 씨 집으로 찾아와 착각해 빚어진 일로 잘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1000만원에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거절하자 이후 전화번호를 바꿨고 아들 또한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A 씨는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힘들게 저를 키우셨는데 어머니를 뵐 면목이 없다"며 "경찰에서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B 씨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해남경찰서는 B 씨 부자에게 출석통지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없는 상태이며, 계속 출석통지서를 보내도 응하지 않으면 강제구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