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근(농민)

 
 

해남에서 산 지 10년 가까이 된다. 나이가 올해 77세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남만큼 살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이 많이 간다.

광주 군 공항 이전 후보지에 대한 얘기들이 많아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는 군 공항과 민간 비행장이 여러 곳에 있다. 경기 수원과 성남, 충북 청주에는 군 공항과 민간공항이 있어도 발전을 거듭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탈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해남은 비행장이 없어도 발전하지 못한 채 인구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

논농사를 빼면 외국인 노동력을 빌리지 않고서는 농사짓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해남은 서남권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도농간의 좋은 여건에서 발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해남의 좋은 입지에 태양광시설만 들어서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지역을 다녀보면 '군 공항 절대 안돼, 밀실논의는 안돼'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있지만 정작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든다. '군 공항 유치는 반대, 호남선 철도의 종착역은 목포에서 해남읍과 완도읍으로' 등의 내용을 담아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교통 여건이 좋아지고 젊은이들이 들어오면 산업화가 이뤄지고 인구도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군 공항이 들어서면 조종사, 정비사와 그들의 가족, 군인들이 살게 되면서 인구 유입 효과와 교통 및 교육환경 개선, 의료시설 현대화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다만 야간비행 금지나 공항 부지를 민가와 떨어진 바닷가 외진 곳으로 선정해 소음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군 공항은 민간공항과 달리 전시가 아니라면 야간 비행이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도 군 공항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전문가와 군 관계자, 군 의원들이 공군기지가 있는 여러 도시를 방문해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 군 공항의 경우 의성과 군위 등이 유치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군 공항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통해 안 되는 것은 안 되고, 된다면 이를 군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잘살게 된다면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청주의 경우 민간과 군 공항이 함께 있어도 발전만 거듭하지 않은가.

해남에 군 공항을 유치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군 공항이 들어설 필요가 없다.

해남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광주 군 공항이 들어서면 지역의 앞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약간의 소음 이외에는 군민에게 큰 피해를 줄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 시책에 호응하면서 해남이 도농의 중심축이 되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힘으로 지역 발전을 이루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잡고 최대한 이득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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