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지난달 8일 해남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가 관측 이래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해남특산물인 월동배추는 밑동이 얼고 뿌리가 썩어 코로나로 막힌 김장배추의 판로에 이어 해남배추 농가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인건비도 못 건져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었다. 지난해에는 54일간의 최장 장마도 있었다. 다행히 긴 장마는 한반도 주변 지역의 국지적 대기 불안정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강해지는 태풍, 긴 장마, 무더위, 혹한 등 모든 이상 기상 현상을 기후변화로 여기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보다 더 상위 개념이다. 부정적인 변화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 변화가 상존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열대성 농작물을 노지 재배할 수 있고 아열대성 어류가 잡히는 경우도 있다.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부정적인 변화가 심각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생존위기다. 2009년 10월, 몰디브공화국의 대통령과 각료 12명이 산소통을 메고 수중 각료회의를 가졌다. 세계 각국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손짓으로 찬성표를 던지고 방수펜으로 서명을 한 끝에 결의안은 통과됐다. 이 장면은 TV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를 위한 지구인들의 노력이 없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물속으로 사라질 섬나라나 연안 대도시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기후변화연구단체가 과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매년 상시 침수 피해를 입은 인구가 현재 인구를 기준으로 약 3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인구밀도가 높은 호찌민과 상하이를 포함한 아시아의 연안 대도시 인구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3100만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2050년에는 해마다 120만명이 해안침수의 피해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서남해안선을 끼고 있는 해남도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기상이 매일의 날씨라면 기후는 어느 장소에서 약 30년간의 평균 기상 상황이다. '기상이 기분이면 기후는 성격'으로 흔히 비유하기도 한다. 평균기온이 1도 오른다는 것은 심각하다. 단지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온실가스라는 단어가 우리 곁에 온 지 오래다. 아시다시피 온실가스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다. 지표면에서 우주로 발산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 또는 반사할 수 있는 기체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지구는 비닐하우스처럼 한여름이 되기도 전에 더워지는 것과 같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농촌 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 무엇일까. 최근 주민자치회를 준비하는 모임에서도 '환경'을 의제로 정하고 비닐 등 쓰레기 소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이제 농업부산물과 쓰레기를 자체 소각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며칠 전 줄기가 가시처럼 강해 방치할 수 없는 매실나무를 전정하고 목재파쇄기로 처리하는 농가의 모습에서 해법을 찾았다. 예전에는 건조 후 소각만이 해법이라 생각했지만 순환농법으로도 제격이다. 논두렁, 밭두렁, 농업부산물 소각금지 현수막으로 해결한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목재파쇄기 지원사업도 서둘러야 한다.

지역민들의 작은 실천과 지자체의 직접적인 행정지원이 절실하다. 환경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내신과 수능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는 30년 이후가 아니라 어느 기후 전문가의 "큰일났다"는 말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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