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문화복지와 문화예술 향유, 관광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잘 잡은 곳이 있다. 바로 신안이다.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둔장마을미술관을 만들었다. 또 섬마을 빈 학교를 매입해 다양한 문화공간을 만들며 섬을 관광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의미 있는 특징과 다양성을 담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세돌 바둑기념관이 있고 사람의 마음과 성을 주제로 한 에로스서각박물관이 있다. 그런가하면 남농 허건의 외손자인 박용규 화백이 그의 작품을 기증한 저녁노을 미술관이 있고 수석미술관과 화석광물박물관, 이영태명창의 소리미술관, 철새박물관, 소금박물관도 있다. 최근에는 신안에서 시작된 농민토지탈환 역사에 바탕을 둔 동아시아 인권평화미술관을 계획하고 있다. 또 해변과 자연휴양림이 있는 둔장해변에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하고 야외조각과 미디어 전시콘텐츠를 담을 '인피니또 뮤지움'과 호텔 등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 17일 해남에서는 해남군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해남군은 읍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전시할 대표 작품도, 계획도, 특징도 없이 작가들의 창작촌과 체험장 사이에 멋없이 끼어넣은 것처럼 보이는 미술관을 두고 국비를 가져오기 위해 군립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접근성 좋은 전시공간은 현재 문화예술회관이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곳은 리모델링 후 오히려 제대로 전시할 공간이나 동선이 나오지 않아 전시실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곳이다. 신안은 몇 발짝 앞서서 나아가는 기분인데 예향을 자부하는 해남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문화예술정책의 한 단면이다.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아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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