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이 이장의 자격, 임명 및 교체(해임) 절차, 임기를 규정한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읍면을 대상으로 두 차례 의견 수렴을 했고, 의원 간담회를 가졌다. 타 지역 규정을 촘촘히 살펴보는 작업도 하고 있다. 앞으로 한 차례 더 의원 간담회 형식의 의견을 구하고 변호사 자문을 통해 개정안을 마련한 뒤 이달 말 입법예고 수순을 밟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2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4월 중 개정안이 시행될 것이다.

개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임명 절차에서 주민총회를 명문화하고, 문제가 있는 이장에 대해 임명권자인 읍면장이 직권 교체하도록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칙 개정은 10년 만에 이뤄지게 된다.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은 1986년 제정된 이래 6차례에 걸쳐 부분적인 보완이 이뤄졌다. 현행 규칙은 2011년 시행에 들어간 이후 10년 이상 아무런 손질이 이뤄지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동안 이장 임무나 권한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개정 작업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본지는 이장 선출 과정에 따른 주민 간 불협화음과 이장의 일탈 행위 등 문제점을 수 차례 다뤘다. 사설에서도 2주 전인 2월 26일자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장은 마을을 대표하고 말 그대로 풀뿌리 봉사자이다. 하지만 이장 자리를 두고 마을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이다. 황산과 화산의 한 마을은 이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주민 간 갈등으로 아직도 이장이 공석으로 남아있다. 최근 군의회 간담회에서 나온 현실적인 얘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장의 힘이 막강해 눈 밖에 나면 보조사업을 못한다거나 보조사업을 위해 이장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민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해남군은 오랜만에 개정에 나선 만큼 이장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에 부합하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최적의 인물이 이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임명 과정에서 마을주민 간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하고, 참일꾼이 뽑혀야 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장의 위상에 걸맞는 윤리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이웃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 이장을 한다면 마을이 화합하고 발전해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규칙 개정이 더 나은 마을을 가꾸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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