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갑(국회의원)

 
 

1991년, 31년 만에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후보들은 앞다퉈 주민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2021년 대한민국의 농어촌은 이제 발전은커녕 오히려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를 걱정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110여 개 시·군이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 해남·완도·진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70년대, 45만여 명에 달하던 인구는 이제 1/3 수준인 15만여 명에 그치고 있어 지방소멸 위험성이 높은 지자체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반면 서울은 인구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이나 북경보다도 높다. 남한 면적 10만㎢의 1%에도 못 미치는 서울(605㎢)에 전체 인구의 1/5이 몰리는 기형적인 초집중 현상이 생겼고, 집값 폭등 문제, 코로나19 확산 등 여러 문제를 낳았다.

높은 인구밀도는 코로나19 방역에도 취약하다. 전국의 면(面) 지역 평균 밀도는 1㎢당 63.5명이다. 반면 서울은 1㎢당 1만5964명에 이른다. 즉, 서울이 면 단위보다 약 250배 이상 밀집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총력을 기울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확진자 1/3은 서울에서 나오고 있다.

누구나 선호하는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됨에 따라 지방에는 젊은 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최근 수도권 유입 인구 중 78.9%가 20대였다. 그만큼 지방은 지역의 발전 잠재력을 잃고 노쇠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1%도 안 되는 서울이 99%의 대한민국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서울의 과밀화가 '지방소멸·초저출산·취업난·집값 폭등·환경오염·감염병' 등의 문제를 초래했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과감한 지방 이전뿐이다.

우선 서울로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대거 분산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1차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이 활력을 찾고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참여정부가 152개 공공기관을 이전시킴으로써 10만여 명(직원 및 가족 포함)이 지방으로 터전을 옮겼다. 경제적으로도 약 1000억 원의 지방세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분배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1차 지방 이전은 '혁신도시'에만 효과를 거뒀을 뿐 주변으로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그동안 소외되던 해남·완도·진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전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 이전의 대상을 공공기관에서 민간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서울에서 멀리 이전할수록 기업에 더욱 큰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교통과 통신 등 부족한 지방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유인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탈서울화'는 집값 폭등 문제나 감염병 문제는 물론, 지역·세대·계층 간 화합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재정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 연간 40조 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이다. 지금까지 225조 원을 출산 진작을 위해 사용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 예산'으로 지방 이전을 위한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한다면, 존폐 기로에 선 지역도 살릴 수 있고 부동산 문제도 해결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출산도 유도할 수 있다. 결국, 교육·문화·보건 등이 함께 투자된다면 농어촌도 젊은이로 북적이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여건만 갖춰진다면 대한민국 땅끝이라는 해남군, 진도군, 완도군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이전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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