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서양화가)

 
 

해남문화예술회관은 군청 옆에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어 해남 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예술활동의 장이 되어왔다. 2층에 자리하던 전시실에서는 개인전 뿐만 아니라 해남미술협회전, 풋나락전 등 여러 미술단체들의 작품전이 열려 군민들이 오가며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하면서 감성과 소양을 쌓게 해주었다.

그런 전시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2층 전시실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가 도서관시설로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회관 1층 로비는 도서관의 모습으로 멋지게(?) 인테리어가 되었다. 분명 문화예술회관인데 1층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커다란 도서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도서관이 문화예술회관 건물을 일부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엄연한 문화예술회관이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층 전시실을 없애고 대신 1층 로비 여자화장실과 다목적실 사이 구석의 빈 공간에다 전시실을 하나 만든다고 한다. 그것도 작년 하반기까지 완공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문화예술과에 문의하였더니 설계변경 관계로 늦어져 올해 8월까지 완공하겠다고 한다.

그 말대로라면 해남문화예술회관에는 작년부터 올해 8월까지는 작품전을 개최할 변변한 전시장 하나 없는 것이다. 1층 구석 여자화장실 뒤라는 위치적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이곳에 전시장이 만들어져도 전시장으로써 좌, 우 폭이 좁아 작품감상을 할 공간 활용이 부적절한 곳이다.

해남을 일컬어 예향(藝鄕)이라 한다. 우리 해남은 예부터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선생과 초의(草衣)선사께서 예술의 틀을 만드신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진도 운림각(雲林山房)을 만든 소치(小癡) 허련(許鍊) 선생을 키워낸 곳이 바로 해남이다. 소치 선생은 대흥사에서 초의선사께 그림을 배우고 녹우당에서 공재화첩으로 그림 공부를 하였다. 초의선사께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에게 소치를 소개하여 추사선생 문하에서 그림을 배워 지금의 호남화단의 종조(宗祖)라 불리게 되었다.

해남은 그냥 예향이 아닌 남도예술의 본향(本鄕)인 것이다. 이러한 해남의 문화예술회관에 변변한 작품전시실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강진은 읍내 중심에 강진아트홀이 있어 공연과 전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마술협회도 해남은 30여 년 전에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지만 강진은 불과 작년에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강진은 문화예술지원이나 관의 협력이 해남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이제는 해남을 앞서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이다. 문화예술은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때 깊이 뿌리내리고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 해남이 허울뿐인 예향이 아니라 예술 향기가 가득한 진정한 예향이 될 수 있도록 해남 군정과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제발, 문화예술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라.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