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산면에서 소 150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명재 씨의 축사.
▲ 삼산면에서 소 150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명재 씨의 축사.

소 한 마리가 하루 10~15kg 배출… 수백 마리면?

한때 돈 받았는데 지금 공짜 불구
가져가는 곳도, 보관 장소도 없어

배추농사 등 어려움에 사용처 줄고
퇴비숙성 후 반출 의무화까지 겹쳐

소똥으로 만든 우분 퇴비를 찾는 곳이 줄어들고 퇴비 보관 공간이 부족하면서 축산농가들이 소똥을 처리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유예기간이 끝나 다음달 25일부터 퇴비를 충분히 숙성한 뒤 외부로 반출해야 하는 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됨에 따라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산면에서 소 140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양학(73) 씨는 축사 안에 있는 퇴비 창고에 소똥퇴비를 치우기 위해 최근 퇴비업자 5군데에 가져갈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가져가겠다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분변은 10~15kg으로 막대한 양의 소똥이 계속 쌓이고 있어 2~3개월 안에 퇴비 창고가 포화상태에 이를 지경이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양학 씨는 "우분 퇴비가 친환경적이고 땅심도 좋게 만들어 소똥을 농가에 퇴비로 뿌려주고 볏집으로 교환하기도 했고 10년 전만 해도 퇴비업자들이 25톤 화물차로 35만원을 주고 우분 퇴비를 가져갔는데 갈수록 가격이 줄더니 지금은 공짜로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소 150마리를 키우는 삼산면 김명재(56) 씨는 넘쳐나는 소똥 처리를 위해 아예 인근에 밭 3000평을 임대해 우분 퇴비를 활용해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김명재 씨는 "배추나 고추 등 시세가 좋고 농사가 잘 되면 농가나 퇴비업자들이 우분 퇴비를 많이 찾게 되지만 최근에는 시세도 안 좋고 장마와 한파 등 피해까지 겹친데다 포대용 유기질 퇴비와 수입 퇴비 등 보관과 사용이 편하고 값싼 퇴비들의 물량공세로 우분 퇴비를 찾는 곳이 갈수록 줄어 소똥만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축산농가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지만 소규모 축산농가는 퇴비보관창고도 부족해 일부는 밭이나 앞마당에 소똥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다음달 25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더 큰 문제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농업기술센터에 퇴비 부숙도 검사를 의뢰해 부숙도 판정을 받은 뒤에야 외부로 반출이 가능하고 어길 시 과태료 처분까지 받게 되는데, 적합판정을 받으려면 최소한 3개월 이상은 숙성을 시켜야 해 소똥 보관기간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소똥에서 수분을 없애고 부숙시키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한 달에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뒤집어 줘야 하지만 상당수 농가들이 장비를 갖고 있지 않아 비용을 지불하고 축협 등에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축협에 장비가 2대뿐이어서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될 경우 또 다른 어려움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들은 해남군과 해남진도축협이 인근 장흥군처럼 우분 퇴비를 수거해 보관하고 숙성시켜 농가에 뿌려주기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처리하는 퇴비 공공처리시설(퇴비공장) 설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남진도축협 측은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있어 군에서 부지 확보와 시설투자를 해주면 적자를 감내하고 운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혐오시설이어서 부지확보가 어렵고 예산확보 문제도 있어 해남군에서도 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 방치할 경우 환경오염과 악취에 따른 민원이 갈수록 커질 게 뻔한데다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이미 우분을 활용한 연탄생산이나 고체연료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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