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유죄 받고도 업무 유지 '규정 허술'
세금 가로챘는데 세금으로 보수 지급한 꼴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면서 보조금을 횡령해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대표가 본인이 겸하는 마을 이장 업무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등 이장 임명에 관한 규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지난해 7월 황산쌀농어업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A 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와 관련해 법인 이름으로 영산강 3-2지구의 개별 경작자들을 대신해 농업직불금 신청을 하고 그에 따라 지급받은 직불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31회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개인 채무변제와 카드대금, 보험료, 전화요금, 기타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급할 때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가 곧바로 법인 계좌에 채워 넣었고 조합원들에게 분배되어야 할 보조금을 모두 분배했으며 이것이 죄가 되는 줄 몰랐다"며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하지만 다른 고발 사건들이 있어 항소를 해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1심에서 보조금 횡령과 관련해 유죄 판결이 났지만 A 씨는 현재 황산면 한 마을의 이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해남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읍·면장이 직권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인데다 이장과 긴밀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해당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산면은 지난해 A 씨와 관련해 마을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반대의견이 없어 이장직을 유지하도록 했고 올 1월 이장 선출 과정에서도 개발위원회에서 A 씨를 이장으로 추천하자 그대로 이장으로 임명했다.

결국 세금 횡령에 대해 본인이 인정하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금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준공무원 신분인 이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어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장직에 대한 도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소된 경우 직권으로 교체한다'거나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경우 마을 주민들 의견 없이 읍면장이 조치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해남군의 이장 임명 규칙에는 성폭행 전과자의 이장직 임명을 막을 수 있는 규정도 없다. 성폭력 전과자를 배제한다는 조항이 없는데다 이장 임명 전 해남군 자체적으로 성폭행 전과 전력을 조사한 경우도 없는 실정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규칙을 수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성폭행 전과자 문제의 경우 규칙 개정이 가능하나, 상위법인 법률에 관련 조항이 없고 관련 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국회 통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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