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의 임무는 해남군 조례에 규정되어 있다. 주요 역할은 주민 의견을 행정기관에 전달하고, 주민 간 화합단결과 이해의 조정, 소외계층 등을 발굴해 복지도우미 수행, 주민의 편의 증진과 봉사 등이다. 이를 위해 매월 두 차례 이상 읍·면사무소를 방문해야 한다.

이장에게는 30만원 안팎의 월정 및 회의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고 통신요금과 보험료도 지원된다. 대학생 자녀에게 연 100만원 이내의 장학금도 지급할 수 있다.

규칙에는 개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읍·면장이 1년 임기(연임 가능)의 이장을 임명하되, 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업무를 담당할 수 없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 업무를 현저히 태만하게 할 때 직권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장은 어디까지나 봉사자로서 주민의 심부름꾼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이장을 뽑는 과정에서 잡음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해남에서는 부정선거 시비로 이장 선거를 두 번 이상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거 과정에서 주민간 갈등을 빚는가 하면 후유증도 심각하다. 군수 선거 뺨치는 이장 선거라는 말도 나온다. 서로 하겠다고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을 이장은 예전과 달리 행정의 최일선 조직으로 당당히 대우받을 뿐 아니라 각종 마을 공공사업에 입김을 미치는 등 조그마한 권력도 갖고 있다. 이로 인한 비리도 나타나고 있으나 교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황산의 어느 이장은 농업직불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교체되어야 마땅하지만 주민 의견을 통해 이장직을 유지한 데 이어 올해 초 다시 이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규칙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교체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의 허점 때문이다.

해남은 물론 전국에서 이장들의 비리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성폭력 전과자도 버젓이 이장직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가 확대되면서 이장의 역할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이장 자격 요건을 강화하거나 비리에 연루될 경우 당연 교체로 조례나 규칙이 바뀌어야 한다. 선출 규정도 이장의 위상에 걸맞게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시대 흐름에 맞추는 것이다.

해남군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례나 규칙을 면밀히 검토해 개정작업에 나서야 한다. 마을이 발전하려면 일선에서 뛰는 이장을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행정기관이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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