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사반세기 전인 25년 전 지역신문 근무시절, 사장의 호출을 받아 사장실로 달려갔다. 서울에서 왔다는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뉴스라는 콘텐츠가 디지털시대에는 이렇게 가공, 판매된다고 시연을 했다. 클릭을 하자 기사가 사진과 함께 노트북컴퓨터에서 구현됐다.

그 시연 내용이 지금 스마트폰에서 보고 있는 뉴스서비스다. 이후 그 지역신문은 인력을 재배치해 인터넷신문을 자체 제작했고, 그 부서장 겸직 발령을 받았다. 아마 PC통신 나우누리(포커스)에 전라도생태계 코너를 개설, 그 시기에는 파격적으로 사진과 함께 연재했기 때문에 디지털시대의 선두주자로 꼽혔나보다. 56K 속도를 내는 전화모뎀을 통해 PC통신을 하는 시기에 사진까지 연재했으니 인기 만점이었을 것이다.

디지털시대라는 표현도 한물갔고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쉰세대'는 혹독한 겨울나기처럼 힘들다.

페이스북이라는 SNS에 친구가 5000명을 넘어 친구 신청이 거절되기까지 한다고 자랑한다. 문자메시지 대신 쉼 없이 날아오는 '카톡'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한글파괴라고 못마땅해 했던 'ㅋㅋ', 'ㅎㅎ' 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모티콘도 돈 주고 사지는 않지만 공짜는 가끔 사용한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일상이 스마트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미 스마트시대의 유물로 폄하되고 있다. 즐겨 마시지도 못하는 '라떼' 취급당한다. 심지어 '꼰대라떼', '라떼는 말이야'라는 노래도 나왔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카페나 식당 검색 결과가 페이지를 넘긴다.

나이를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다. '나때는 말이야~' 대신 스마트시대의 척도인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젊은 세대들과 소통해야 한다. 통화, 문자, 사진 촬영 등 스마트폰 기능의 10%만 사용하려면 폴더폰으로 다시 바꾸는 것이 어떨까. 가끔 떨어져 사는 자식들을 만나면 스마트폰을 내밀어 그동안 궁금했던 사용법을 해결한다. 덤으로 '개이득'(큰 이득),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음료)와 같은 신세대의 신조어 줄임말도 한줌 얻는다.

엊그제 면 단위의 한 회의에 참석해 코로나 시대에 맞게 비대면 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심어 화상회의를 하는 방법을 시험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신세대들이라 곧바로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회의 모습이 실시간 중계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다운로드 후 설치를 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 젊은 사무국장이 자존심 상할까봐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면서 나섰지만 실패했다. 스마트폰 문제라고 넘어갔지만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해가 뜨면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의 보온커튼을 열고 한낮에 온도가 급상승하면 외부에 설치된 간이기상대의 일사량을 보면서 창을 연다. 다행히 명칭은 천창, 측창, 개폐, 관수 등 한자어로 돼 있다. 한겨울에는 자동제어가 한계가 있어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신세대들의 게임하는 모습과 비슷해 오해를 산다.

가끔 용역보고서를 들여다보노라면 개조식 문서의 제목부터 쉰세대의 가독 속도를 더디게 한다. 용역을 맡은 회사에서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용어들이 시사상식이 돼버렸다.

모빌리티, 그린뉴딜, 포트빌리지, 스마트 웰니스, IOT 등 포털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용어들이다.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케어, 로컬리티 마케팅은 영어 단어로 짐작해 넘어가면 된다. 라떼는 말이야! 국어, 시사상식이 포함된 언론고시를 통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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