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로 상품성 크게 떨어져
절반 넘는 1700여ha 냉해 '농가 시름'

▲ 냉해로 큰 피해를 입은 산이면 덕호리 인근 배추밭에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썩어가고 있다.
▲ 냉해로 큰 피해를 입은 산이면 덕호리 인근 배추밭에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썩어가고 있다.

지난달 해남에 닥친 역대급 한파의 영향으로 배추가 냉해를 입어 썩고 물러지는 등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농가들은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A(산이면) 씨는 "배추를 수확하면 절반도 못 건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며 "결구도 작은데다 냉해까지 입어 멀쩡한 배추가 없다"고 말했다.

한파로 인해 배추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면서 생장점이 있는 밑동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썩어가고 있다. 냉해 피해 초기에 수확해 판매는 가능했으나 낮은 가격과 거래처를 찾지 못해 방치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지난해 정식시기인 8월 하순부터 9월 상순까지 연이은 태풍과 잦은 비로 정식이 늦어져 결구가 작고 냉해로 생장점이 죽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겨울배추 수확이 막바지에 이를 때지만 해남 들녘에는 팔 수 없어 처리하지 못한 배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수확을 했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진 배추가 더 많은 밭도 눈에 띈다.

해남군에 따르면 농작물 한파 피해 조사 결과 배추가 1699.4ha, 무와 고추·세발나물 등 채소 및 과수가 50.5ha, 감자와 새싹보리 등 일반작물이 75.5ha에서 피해가 나타났다. 재배면적이 많은 배추의 피해가 가장 컸으며 재해에 대한 농약대와 대파대 지원에 4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남의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2507ha로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형 소비처인 학교나 교회, 식당 등에서 배추 사용이 줄어들면서 소비부진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 이어 냉해까지 입어 농가 시름은 커지고 있다.

B 씨는 "상품성이 없는 배추를 누가 사가려고 하겠나"며 "상인들도 농가와 계약을 파기하며 손을 뗀 곳도 많아 배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배추가 수확돼야 양배추와 고추 등 다음 작물이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밭에 있는 배추를 처리할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농약대와 대파대를 지원할 계획이긴 하지만 배추의 경우 ha당 농약대는 240만원, 대파대는 300만원으로 이마저 재난지수가 적용될 경우 금액이 변경된다.

지역농협들도 올해 배추 사업으로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계약재배 농가에게 조정된 대금을 치러야 하지만 팔 수 있는 배추가 없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이농협 관계자는 "배추밭을 보면 대부분이 냉해를 입어 팔 수 있는 배추가 없어 수확도 못하고 있다"며 "보통 100평당 40만원 이상을 생산비로 썼는데 생산비도 못 건질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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