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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 산정 5일시장] 외지인 발길 사라진 반세기의 명성 '아, 옛날이여'
양동원 기자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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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10  16: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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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 품은 큰 장터가 이젠 쇠락의 길
 진입로 등 열악한 여건에 젊은층 외면

 유동인구·외국인 흡수가 활성화 관건 
 현대화 사업 추진 통한 활성화 기대도

 

   
 

송지는 한반도 최남단인 땅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 사이에 송지면 이름을 땅끝면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땅끝이 해남을 일컫는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송지 주민의 의견만을 좇을 수는 없게 되었다. 송호리 갈두마을이 곧 땅끝마을이다.

칡이 많이 나 갈두(葛頭·칡머리)라 불렸고, 토말(土末)이라고도 했다. 송지면은 해남읍을 제외하면 13개 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주민 수가 6000명을 넘는다. 인구가 적은 북일이나 계곡의 3배이다. 면 소재지인 산정리에는 60년 가까이 5일마다 장이 선다. 송지 산정 5일장(2, 7일)이다.

송지에는 애초 월송리에 우시장도 함께 들어선 '송지장'이라는 큰 5일장이 있었다. 그게 지난 7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현산면으로 편입되면서 5일장의 무게 중심의 일부가 산정 5일장으로 넘어왔다. 산정장은 한 때 읍 5일장에 이어 해남에서는 두 번째로 큰 장이었다. 설 명절을 열흘 앞둔 지난 2일, 이곳을 찾았다.

 

   
 
   
 
   
 
   
 
   
 
   
 

송지 산정 5일장은 면사무소를 지나 우측으로 골목길처럼 난 도로 좌우의 노점, 그리고 점포 40개가 뭉쳐있는 장옥으로 이뤄진다. 5일장을 알려주는 번듯한 간판도 찾기 어렵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불어닥친 지난 2일 아침, 30여 개의 노점에는 생선, 다양한 채소와 나물, 옷가게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노점도 크게 줄었고 이를 찾는 손님도 뜸하다.

수십년 째 노점을 지켜온 이금례(75·송지 산정2구) 씨는 "추운 날씨에도 용돈이나 벌려고 나왔다"며 "근데 갈수록 손님 줄어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키우거나 직접 캔 새싹보리, 냉이, 시금치, 달래, 봄동, 쑥을 팔려고 나왔다. 미역도 노점 한 곳을 차지한다. "이젠 5일장을 찾는 젊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가 시골 노인들 뿐"이라고 했다.

산정장을 찾는 손님 가운데 외지인은 거의 없다. 대부분 송지 사람이다. 진입로가 워낙 비좁은 데다, 주차도 길거리에 해야 한다. 장날에 군내버스가 이곳을 통과하려면 10~20분 정체는 다반사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인근 북평 남창장에서 장을 본다. 남창장도 산정장과 같은 날에 장이 선다. 남창장에 밀리면서 장날을 바꾸자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산정장은 원래 해산물로 유명했다. 인근 바다에서 갓잡아 올린 삼치, 숭어, 방어 등이 철따라 시장에 모였다. 이젠 남창장에 어물전을 빼앗겼다. 이날도 시장에서 활어를 구경하기 어렵다. 냉동 숭어나 굴, 꼬막, 새우, 꽃게, 석화, 감태 등만이 노점을 지켰다. 전날 강한 바람으로 생선잡이가 어려웠던 탓도 있다.

노점을 따라 들어가면 장옥이 나온다. 40개의 점포가 있지만, 장날에도 문을 닫은 점포가 많다. 장옥에는 그릇이나 옷가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작 장옥보다는 노점에 물건을 살려는 사람이 더 몰린다. 산정 5일장은 요즘 새벽 5~6시가 되면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시작한다. 오전 9~10시에 성시를 이룬다. 그러다 오후 1시 정도면 어김없이 장이 파한다. 그래서 '허망한 송지장'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민승배 송지면장은 30년 만에 송지에서 다시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30년 전의 산정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그때만 해도 읍 5일장에 이어 해남에서 두 번째로 큰 장이 설 정도로 장날이면 시끌벅적했다. 당시엔 차도 드물어 주차난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면민 수도 지금보다 세 배 가까운 1만7000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정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한다면 관광객 등 외지인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외곽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송지에는 술집과 다방이 각각 20개 안팎으로 여느 면 소재지보다 많다. 완도 보길도나 노화도의 길목이고, 외국인 노동자가 1200명이 넘는다. 면사무소를 찾는 민원인도 읍사무소 못지않게 많다. 이들을 5일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산정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정장의 옛 명성을 일부나마 되찾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 재래시장 현대화 공모사업에 신청해 5일장의 면모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군청 관계자와 군의원, 상인회, 용역업체 등이 모여 현대화 사업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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