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작년의 겨울 고온, 기나긴 장마, 연이은 태풍, 가을부터의 긴 가뭄 그리고 올 겨울의 한파는 미미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다.

아직까지는 놀라기는 했지만 견딜 수 있고 그리고 견뎌냈다. 그러나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기후변화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30년 후의 일이라 그렇게 실감나지는 않겠지만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알려준다.

지구를 구하는 데 아직도 정치력이 미약한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온실기체를 덜 배출하는 일상을 사는 일뿐이다. 이것이 푸드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는 로컬 푸드 판매장을 환영하는 이유다.

우리 해남도 올 8월 개장을 목표로 해남 1호 로컬 푸드 판매장의 건축공사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해남읍의 YMCA 로비에 임시 로컬 푸드 판매장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먼 지역에서 생산한 딸기가 아닌 우리 지역의 것을 사는 일은 우리 지역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이롭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갈 기회가 생기면 로컬 푸드 판매장에 들러 필요한 식자재를 사오곤 한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충분한 액땜을 하였으니 로컬 푸드 판매장이 충분히 제 기능을 하리라 믿지만 한 명의 소비자로서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 보려고 한다.

첫째, 생산자들에게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품질관리와 함께 소비자들에게도 환경교육의 장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얼마 전 사다 놓은 아보카도 세 개가 빤히 쳐다보고 있다. 멕시코산이니 푸드 마일리지가 상당하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는 줄이고 있지만 아보카도나 두리안, 잭 푸르츠 같은 열대 과일의 맛을 알게 되면서 마트에 가면 가끔씩 보이는 아보카도 판매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개씩 사오게 된다.

지구온난화를 두려워하면서도 가급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방향으로 스스로와 타협한다. 공동체와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자기소개가 무색한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말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서 지속적인 환경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둘째, 한번 마트나 장에 다녀오면 한가득 쌓이는 포장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기 바란다.

로컬 푸드 출하 농가에는 친환경 포장재 지원 사업을 하고 소비자들에게도 비닐봉지 재사용 등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면서 인센티브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셋째, 로컬 푸드 판매장이 완공되면 플라스틱 없는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하여 낭비 없는 소비의 실천을 장려하며 친환경 제품을 파는 지구샵이나 알맹상점과 같은 곳에 공간을 할당해서 그런 제품을 사용하는 군민들이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아니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로컬의 매장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를 바란다.

며칠 전 오일시장 상인회 회장님에게 로컬 푸드 판매장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둘 것인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상인회의 고민이 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고민이 오일시장만은 아닐 것이다. 매일시장과 다른 마트들도 생존의 문제가 달려있어서 각각의 고유성을 살려내며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시장이 하나 더 생긴 격이니 부디 모든 로컬이 상생하는 고민을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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