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 연휴에는 부모·자식간 직계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달라 동거하지 않는다면 5인 이상이 함께 모일 수 없게 됐다. 세배나 차례도 사실상 어렵게 된 셈이다.

방역 당국이 불가피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감염 경로가 워낙 다양하고 가족 간 전파가 많이 발생한 때문이다. 여기에 전파력이 훨씬 강한 변이 바이러스도 시한폭탄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3일 "설을 맞아 시중에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이번 설 연휴만큼은 국민 모두 방역에 적극 동참해주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설을 앞둔 코로나19의 상황은 고향 방문 자제 운동을 펼쳤던 지난 추석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은 감염 위험이 일상에 널리 노출되어 있다. 특정 집단이나 지역이 아닌, 온 나라가 '감염 지뢰밭'이다. 방역 당국이 모임 금지조치를 위반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방역수칙 위반 신고를 받지 않는다면 방역 당국이 가족간 모임을 단속할 수 없을 뿐더러 굳이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 연휴 5인 이상 모임 금지'의 취지에 누구나 공감한다. 공감은 하되 개인적인 사정에 밀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동체 일원으로서 올바르지 않다.

해남에는 설을 앞두고 자식들의 고향 방문 자제를 바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애들아 코로나 보내지 말고 용돈만 보내거라', '아그들아 효도하러 오믄 불효자식 된께~ 오지 말그라', '이번 설, 만남보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 등등.

고향 부모를 찾았다가 만에 하나 코로나19를 전파한다면 이보다 더한 불효가 어디 있겠는가. 날벼락을 설 선물로 한 꼴이다. 고령의 부모는 감염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향을 지키는 부모도 타지의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는 전화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모를 찾아뵙지 못한 자식들의 불편한 마음도 덜게 할 것이다. 자식을 찾아가는 역귀성도 피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 혈육의 만남을 막는 초유의 설 명절 모습이 이번으로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백신 접종이 이달 중 시작된다. 11월 정도면 집단 면역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러면 내년 설에는 마음 편히 고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라는 재앙을 끝내는 과정이라 여기고 고향 방문을 잠시 멈추며 비대면 설을 경험해 보자.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