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설날 차례를 마친 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새해 인사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오랜 문화가 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설은 용돈을 한몫 제대로 챙기는(?) 명절이기도 한다.

문헌상으로는 최영년이 1925년에 펴낸 시집 해동죽지에 '옛 풍속에 설날 아침이면 어린아이들이 새 옷을 입고 새 주머니를 차고 친척과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다. 그러면 어른들이 각각 돈을 주니 이를 세배갑이라 한다'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오래됐다. 하지만 올해는 웃어른 집을 방문하며 세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다보니 사실상 자녀가 있는 두 가정은 한 공간에 모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떨어져 살면서 평상시 시간을 내 만나기 어려웠던 가족들은 그나마 명절을 핑계로 모일 수 있었지만 이번 설은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모일 수도 없어 식구 간에 방문하는 날을 달리해 찾아뵈야 하는지 고심에 빠졌다.

가뜩이나 가족간, 사람간의 관계가 피폐해져 가는 시대에 웃어른께 인사하는 세배 문화마저 빼앗겨야 하는 것일까.

직접 만날 수 없다면 세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부모, 가족들과 공유하는 방법은 어떨까. 세뱃돈은 계좌로 입금하거나 자녀 명의 해남사랑상품권 카드를 발급받아 상품권으로 입금해주는 것은 어떨까.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로 전무후무한 설 연휴를 보내야 하는 지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 조금이라도 나은 설 연휴가 되지 않을까. 내년 설에는 식구들과 모여 차례를 지내며 함께 웃고 떠드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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