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근속한 공직자에게 정년퇴직을 앞두고 6개월~1년간 출근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는 공로연수라는 게 있다. 93년 도입된 이 제도는 정년퇴직 예정자에게 사회적응 준비 기간을 주고 원활한 인사운영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에 대한 예우의 뜻도 담겨 있다.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은 60시간의 합동연수와 20시간의 자원봉사 또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

이런 공로연수가 일반인에게는 여간 특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무급휴가를 가야 하거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일반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하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이런 시각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물론 수십 년간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한 공직자에 대해 이 정도의 예우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공로연수의 문제점이 대두되자 공로연수 기간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해남군도 타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공로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4급과 5급은 공로연수 자체가 의무사항이다. 각각 1년과 6개월간 사실상 유급휴가를 가도록 되어 있고, 5급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1년도 가능하다. 6급은 희망자에 한해 6개월~1년간 할 수 있다. 현재 해남군의 공로연수자는 4급 2명, 5급 4명, 6급 4명 등 모두 10명에 달한다.

해남군은 새해를 맞아 인사운영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공무원 의견조사를 거쳐 공로연수에 일부 손질을 할 계획이다. △4, 5급 모두 6개월 일원화 △2023년부터 희망자에 한해 6개월 시행 △현행 유지 등 세 가지를 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항목에 '폐지'는 아예 없다. 내부 분위기는 '현행대로'가 주류 의견이라고 한다. 군은 이를 토대로 계획안을 마련해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거쳐 내달 초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직사회의 의견은 공로연수제 현행 유지가 대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제도가 사라지면 승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반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 공직사회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장 폐지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단계적 폐지나 개선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잡아야 한다. 해남군이 공직 내부의 의견을 쫓아 제도 개선을 한다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공직 안팎의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수긍하는 결과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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