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농촌마을공동체 비슬안 대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정말, 우리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을 주고 있을까?

농촌 마을에는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없어진 지 오래다. 어쩌다 한두 명 있는 아이들도 마을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마을 입구의 정자나무 아래는 남자 어르신들의 공간이고, 마을회관은 여성 어르신 방, 남성 어르신 방으로 나뉜 경로당이다. 그곳엔 아이들이 낄 공간이 없다. 마을에 아이들을 위한 온전한 공간이 없는 농촌의 현주소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놀이를 통해 신체적, 정서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는 어린 시절 동구 밖 들로 산으로 벗들과 뛰어놀았다. 봄엔 산으로 들로, 여름엔 물에서, 가을엔 온통 먹거리 천국이었고, 겨울엔 손과 볼이 부르트도록 놀았던 추억이 있기에 고향을 안식처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 마을 아이들은 함께 뛰어놀아줄 친구도 없고, 범죄 증가와 바깥놀이 안전에 대한 우려로 밖에서의 자유로운 놀이를 빼앗기고 있다.

나는 10년 전 해남으로 내려왔다. 마흔이 되던 해에 해남에 와서 딸을 낳았다. 딸아이는 어릴 적 읍내 놀이터만 보면, 그곳에서 놀고 싶어 한다. 한참을 놀아도 아이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나보다. 엄마의 재촉으로 딸아이는 못내 아쉬운 듯 놀이터를 떠나야했다. 지금 초등학생인 딸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 놀아줘"가 인사말이 되었다. 딸은 농사짓는 나의 일속에서 놀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해가 거듭될수록 아이에게 꼭 있어야 할 환경을 제공하지 못함이 아쉽고, 잘하는지 고민도 된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해남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한 명 때문에'가 아니라 '한 명이 소중하니까'라는 접근이어야 한다.

지금 농촌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마을에서 신나게 뛰어놀 공간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마을에 들어오면 아이들의 시간은 집에 갇힌 시간이 되어버린다. 자연히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전국 1만 가구를 조사한 결과, 만3~9세 아동의 19.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이는 2015년과 비교해 6.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조사에도 만3~9세 아동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뇌의 조절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보다, 스마트폰 외에 여러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 뉘나게 뛰어놀고 밥숟가락을 놓기 전에 잠이 들 수 있는 행복을 생각해 본다.

농촌마을에 정말 뉘나게 놀 수 있는 아이들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시설 위주의 공간이 아닌, 작지만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고민하여 만드는 놀이터는 그 아이가 평생을 두고 애정을 갖는 장소가 되고, 또한 정든 고향이 되지 않을까. 마을에서 뉘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우리 아이들이 정말 놀고 싶어 하는 바깥 놀이터는 어떤 모습일까.

한 연구에 의하면 '열린 공간의 넓은 놀이터', '길을 따라 모험을 즐기는 놀이터', '도전과 안전이 공존하는 놀이터', '일상이 담긴 놀이터', '어울림이 있는 놀이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해남이 가진 자연생태에서 충분히 아이들의 희망을 담은 자연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내는 당산나무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하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고,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서 추억할 수 있는 고향! 그런 해남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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