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동네마다 일정한 장소에 주민건강을 위한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도시와 농촌에 거의 같은 종류의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평균 연령대에 맞추어져 있다.

마을의 운동기구를 보면 농촌도 도시와 차별 없이 대접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농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판단 없이 타성에 젖어 설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농촌의 현상과 인구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농촌 인구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는 폭이 눈에 확연히 보이고 현재 마을마다 평균 연령대가 70세가 넘을 정도로 초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 농촌의 인구가 다시금 젊어질 수도 없고 늘어날 수도 없는 현실인 것이다.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입학생이 없어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5월 말 기준으로 지금까지 전남에서 무려 828개교가 폐교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가 면지 편찬을 위한 마을 심화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 수를 파악해보니 마을마다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농촌마을의 운동기구는 주로 마을회관 앞이나 경로당 앞에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 노지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보라가 치는 날에는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한목소리로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대부분 초고령화 노인들인데 젊은 사람들이나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설치할 필요가 있는 지에 관해서다. 그만큼 노인들이 많은 농촌마을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운동기구가 태반인 것이다. 같은 비용이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설치할 수는 없는 것일까?

농촌마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은 걷는 것도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적으로 운동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필자가 심화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점은 노인들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모여 방안에서 즐겨할 수 있는 가벼운 놀이기구나 운동기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러한 기구는 어느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내에도 비치되지 않았다. 밖에 위치한 값비싼 운동기구보다 저렴하면서도 도움을 주는 대체재라면 얼마든지 보급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실버타운의 놀이시설을 벤치마킹한다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노인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마을에 노후화된 운동기구를 교체하거나 최소한 신규로 보급할 때 이전과 같은 타성에 젖어 실외에 똑같은 기구로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심한 배려를 하여 우리 해남군만이라도 농촌마을의 인구 구성을 감안하여 노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놀이기구나 운동기구가 설치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을회관이나 경로당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농촌마을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와 운동기구로 탈바꿈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일 야외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최소한 비바람은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겨울동안 영하의 온도가 계속되는데 어느 누가 추위에 운동기구를 비바람 맞아가며 이용할 수 있겠는가? 전시행정으로 가득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해남에서만큼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으면 한다.

군민이 건강해야 군정도 평안하고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운동기구가 진정으로 농촌마을 노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설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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