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련하다. 얼마 전 아끼던 후배의 죽음 뒤 대학 동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옛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더 시리다. 그 시절로 절대 되돌아갈 수 없겠지만 단 몇 분이라도 그때 그 당시를 느껴볼 수는 없을까.

우연히 한 방송 예고편을 봤다. 사별한 아내의 그림자라도 보고 싶다는 남편의 사연. 애들에게 엄마를 보여주고 싶고, 아내의 손을 잡고 춤도 추고 팔베개를 해주고 싶단다. 그런데 그의 말이 현실이 됐다. 한 방송사에서 준비한 VR 휴먼다큐멘터리 이야기다.

먼저 VR이란 Virtual Reality의 약자로 가상 현실이란 뜻이다. 커다란 안경 같은 걸 쓰고 놀이기구를 타거나 가상 공간을 둘러보는 장면을 많이 봤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이 되고 있다지만 과거의 인물을 내 앞에 소환할 수 있다니 너무 궁금했다. 방송 내내 그의 사연과 제작진의 노력, 서서히 만들어지는 화면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내 얼굴이 드러나고 같이 손을 잡고 춤을 추며 목소리까지 똑같은 아내와 대화도 가능했다. 안타까운 사연 탓인지 마음이 먹먹하고 슬펐고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로봇과 드론, VR은 우리 곁에 이제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로봇은 서비스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단순히 농약을 뿌리던 드론은 서울 하늘을 날며 사람을 태우는 택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가상 현실 속 세상 여행은 얼마나 발전할까. 디지털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대가 온 만큼 혹시 가상 현실과 진짜 현실 구분이 쉽지 않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다음 회차에서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를 당한 스물넷 청년 김용균씨를 만난다. 일반인이 체험자가 되어 당시 상황 속으로 들어가본다고 한다.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VR 저널리즘'이 시작됐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