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식(마산초 용전분교장 교사)

 
 

방학 중이지만 학교에 들러 운동장 쪽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으며 앉아 옷 벗은 가지 사이로 바람을 흘려보내는 울타리 나무들을 보며 지난 일들을 돌아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교육 활동에 제약은 있었으나 큰 어려움 없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남도교육청의 주의, 주장에 교사로서 충분하게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어떤 교사로 교육 활동을 할까? 내 주의, 내 주장도 선명해야겠다.

2월이면 학교도 새 학기 준비 기간을 시작으로 3월부터는 신학기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력 기르기,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문화 만들기, 학생·학부모 상담주간, 학력 향상 등 여러 활동이 진행될 것이다. 여기서 나는 살짝 비켜 나와 색다른 교육 활동을 하고 싶다. '논두렁 선생'이 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야지 무슨 '논두렁 선생' 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성적, 입시 중심의 학교 시스템에서 삐딱하게 튀어나와 마을공동체 교육이니, 생태교육이니, 기후 위기니, 평화교육이라고 외치고 떠들려면 '논두렁 선생'이라는 명함을 달아야 조금은 수월하게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두렁 선생!

내 자식에게 공부를 많이 시켜 고향 떠나 출세하게 해야 하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 자기 논밭 일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이니 어딘지 못 미덥고, 농사일도 하고 월급도 받으니 한편으로는 얄밉기도 해 붙여준 옛날 국민학교 시절 우리 동네 '논두렁 선생'이 되면 안 되겠다.

한 번씩은 아이들이랑 논밭 길 걸어 학교에 오고 가는 교사. 지역사회 아이들과 지역사회 주민들과 시대변화에 민감하고 대처도 하며 가능하면 주도도 하는 교사. 파괴되어 가는 지역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외치며 자기 교육관과 교육 활동에 대해 누구에게든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교사.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자기가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는 조금 떨어져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자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교사. 쌀 방아를 찧는데 벼를 조금 넣으면 싸래기만 나온다며 작은 학교를 큰 학교로 통합하자는 논리에 절구통과 절구를 최신식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며 몇 알 되지 않는 쌀 방아에서 모두 다 쌀이 되는 방아를 찧으려 노력하는 교사.

이런 교사쯤은 되어야 다양한 시대에 '논두렁 선생'이라는 한 분야가 될 것이다.

간단하고 짧게 줄여 말한다. '지역에 직장이 있는 교사가 아닌 지역의 교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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