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시인)

 
 

신축년은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우보천리(牛步千里)로
거친 날을 씹고 씹어 되새김질하며

미암봉, 만대산, 금강산, 팔각정을 지나
산자락 끝으로 주작산, 옥룡산, 흑석산, 
대둔산 정기에
천년고도(千年古都) 대흥사, 미황사에서 
겸손을 배우는 화원반도까지

이곳이 해남의 땅끝
한반도의 역사이지만 
그것은 잘못된 말, 땅의 시작인 해남
청정한 가슴, 청정한 바다
청정한 바람, 청정한 꿈이 있는
해남에서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우보천리로
굳은 땅을 갈아엎고
어둠을 뿔로 들이받으며
우리 다 함께 소걸음으로
우보천리로 
우리와 어우러진 소와 울력으로
그러면 무엇이 무서운 것이 있으랴

시(詩), 서(書), 화(畵), 애향들이
사람과 사람들로 기름진 황토,  

신축년은 소걸음으로
뚜벅 뚜벅 우보천리면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

 

△1964년 해남 출생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화박물관 사무총장
△한신대 문예창작학과·원광대 박사
△85년 TV문학관 극본 집필
△시집 '해남 가는 길', 수필집 '흔들려도, 당신은 꽃' 등
△고산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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