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옥죄인 지역사회… 기피시설 반발도 거세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줄곧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집어삼킨 블랙홀이 된 한 해이다. 연초부터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여전히 진행형이며 올해 막바지에 더욱 기승을 부리며 새해에도 최대의 '악의 축'이 될 우려를 안고 있다.

우리 사회를 꼬집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교수들은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신조어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소모적인 투쟁을 비꼰 것이다. 해남도 코로나19를 비켜갈 수 없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영향권에 놓이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줄곧 청정지역을 유지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그 기대도 무너졌다. 여름에는 역대 최장의 장마와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휩쓸었다. 지역민들의 기피시설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 해남신문은 저물어가는 2020년의 한 해를 뒤돌아보며,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거나 기록으로 남길만한 이슈를 모아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① 삶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

코로나19는 군민들의 삶 자체에 큰 변화를 요구했다. 줄곧 청정지역을 유지하던 해남도 12월 19일 황산중 교사(광주 860번)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교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서 교사 1명(전남 500번)이 감염 판정을 받아 지역 내에서 전파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해남군은 2020 해남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객 유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연초 불어닥친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축제들이 취소됐다.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 등도 잇따라 취소되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 전체 사업체에 100만원씩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② 긴 장마·집중호우로 농작물 피해

올 여름에는 54일에 이르는 역대 최장의 장마와 집중호우, 연이은 세 차례의 태풍 등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생육에 큰 악영향을 줬다. 벼는 긴 장마로 출수가 늦어지고 태풍까지 겹치면서 흑·백수 피해가 발생하며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장마기간에 농경지 일부는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으며 병해충 발생도 늘어났다. 벼 외에도 많은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채소류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점점 잦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이상기후에 대한 대비가 절실해졌다.

 
 

③ '개발이냐, 환경이냐' 갈등 

문내에서는 혈도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이 추진되며 주민들 반발이 증폭됐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백지화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산이에서는 폐기물재활용시설 건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주민들은 절차상 문제점과 악취, 환경피해를 들어 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해남군은 결국 주민들 손을 들어주며 인허가 취소에 들어갔다. 기업도시에 공장 부지가 수용되며 레미콘 업체들이 황산과 문내면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역시 주민들 반발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악취나 환경 피해를 들어 반발했고 해남군도 개발보다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렸다.

 
 

④ 4·15 총선과 민주당 윤재갑 당선

4월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후보가 당선됐다. 윤 후보는 67.5% 득표율을 올려 재선에 도전했던 민생당 윤영일 후보(30.9%)를 36.6%포인트 차이로 앞서 당선됐다. 윤재갑 후보는 총선 세번째 도전 만에, 지방선거까지 하면 총 네 번의 도전 만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20대 총선에서는 전남·광주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민생당(전 국민의당)은 21대 총선에서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으며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결과가 나왔다. 윤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에 선임됐고 1호 법안으로 기초 농산물의 최저가격 보장제를 위해 '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⑤ 지역경제 견인 '해남미소·상품권'

해남군 직영 온라인 쇼핑몰인 해남미소는 올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코로나 사태로 시대변화에 발맞춰 카카오톡스토어, 옥션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젊은층을 공략하며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 갔다. 해남사랑상품권도 1300여억원이 판매되며 2년 연속 전남 도내 최다 판매액을 기록했다. 해남사랑상품권을 조례 개정을 통해 새해부터 개인당 할인구매액을 '연 400만원'에서 '월 70만원'으로 확대하고 카드와 모바일형도 도입될 예정이어서 상품권 발행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해남미소는 카드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에 있어 해남사랑상품권 카드형 도입과 연계한 활성화도 추진된다.

 
 

⑥ 풀뿌리 주민자치 활성화 토양 마련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를 위한 '해남군 주민자치회 시범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11월 해남군의회를 통과했다. 당초 해남군은 시범 설치 조례가 아닌 정식 조례로 제정할 계획이었지만 마을자치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주민자치회를 시범 설치하고 마을자치회와 중간지원조직 등은 보칙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해 제정됐다. 군은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된 곳을 중심으로 새해부터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이 직접 읍면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자체 공모사업도 첫 시행해 북평면과 황산면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년 4월까지 읍면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⑦ 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일정 돌입 

제8대 해남군의회는 7월 1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의장 선거 투표 결과 김병덕 의원이 7표를, 김석순 의원이 4표를 얻어 과반을 얻은 김병덕 의원이 제8대 해남군의회 후반기 의장에 선출됐다. 부의장 에는 초선인 박종부 의원이 선출됐다. 총무위원장에는 서해근 의원, 산업건설위원장에는 이성옥 의원, 운영위원장 에는 민경매 의원이 선출됐다. 이로써 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은 민주당이 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했다. 후반기 의장단은 군의회 최초로 수어 동시통역을 도입하기도 했다. 회의록 뿐만 아니라 의회 본회의 영상을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주민과의 소통을 늘려나가고 있다. 

 
 

⑧ 목민대상 이어 청렴도 평가 '우수'

올해 해남군은 청렴과 혁신 분야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며 성과를 거뒀다. 먼저 해남군은 행정안전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자치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다산 목민대상을 받았다. 해남군으로서는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전남지역에서는 9년 만에 상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청렴도 평가에서도 3년 연속 2등급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청렴도 2등급은 전국 226개 자치단체 중 23곳만 해당됐으며 전남도내에서는 유일했다. 조직청렴문화, 부패방지, 인사업무 등 내부청렴도 평가에서는 지난해 2등급에서 올해 1등급으로 상승했다.  

 
 

⑨ 법정다툼 비화된 마로해역 어업권

1984년부터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해오고 있는 해남 어민들은 진도 어민들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2000년 이후 법원 조정을 통해 진도군에 신규 면허를 부여하며 해남 어민들은 마로해역을 사용하고 있다. 20년의 어업면허가 종료되는 올해 진도에서 다시 소유권을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생존권이 걸린 해남 어민들은 전남도청과 마로해역에서 집회를 갖고 김 양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양측은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협의하며 판결 전까지 해남 어민들이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이며, 대법원 판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마로해역 갈등은 앞으로 3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⑩ 주민 화들짝 놀라게 한 산이 지진

산이면 부동리 인근에서는 4월 26일부터 한 달 가까이 75차례의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해남에서 발생된 지진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단층대와 관련성이 적고 대형지진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해남 일대 지진 발생 이력을 분석한 결과 연 6.5회(총 133회)로 지진 발생 빈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임을 확인했다. 또한 이전에 발생한 지진의 대부분은 이 지역에 분포하는 지표광산 발파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어 순수 단층성 지진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팀은 올해 해남 지진이 한반도에 작용하는 자체 응력(땅에 쌓이는 힘)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일단락 지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