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 의원)

 
 

2001년부터 대학 교수신문에서는 연말이면 전국의 대학교수를 상대로 하여 그 해의 사회상을 가장 잘 드러낸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말을 맞아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추천받은 결과 전국에서 906명이 참여하여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의미의 아시타비는 588명(32.4%)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선정되었다. 그런데 아시타비는 중국 고전에는 없다. 우리말과 영어, 한자의 합성으로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추천에 참여한 중앙대학교 정태연 교수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나 따뜻한 충고, 그리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2위에는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의 후안무치가 396명(21.8%)의 지지를 얻었다.

3위에는 여러 산이 겹치고 겹친 산속의 답답함을 뜻하는 첩첩산중을 231명(12.7%)이 지지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헤어날 수 없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빗댄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의 현실을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부르고 싶다. 말 그대로 진흙탕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개를 두고 하는 말인데 원래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중국연구소 한무덕 박사에 의하면 이전투구 출전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성계는 조선 건국 직후 정도전에게 조선 8도 사람의 품성을 평가하도록 했다고 한다. 여기서 각 지방에 대한 정도전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경기도=경중미인(鏡中美人:거울에 비친 미인), 충청도=청풍명월(淸風明月:맑은 바람 밝은 달), 전라도=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경상도=송죽대절(松竹大節: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 강원도=암하노불(巖下老佛: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 황해도=춘파투석(春波投石:봄 물결에 던지는 돌), 평안도=산림맹호(山林猛虎:산 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

끝으로 함경도는 이성계의 고향이라 머뭇거리자 재촉하는 이성계에게 이전투구, 즉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인하다는 뜻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개에 비유하여 언짢은 표정을 짓자, 재빠르게 석전경우(돌밭을 가는 우직한 소)의 품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의 기분을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요즘 진보와 보수, 여와 야, 또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의 다툼을 보고 있노라면 유년 시절 뻘밭은 아닐지라도 골목에서 물고 뜯고 싸우던 개들이 생각난다.

누가 누구를 탓하랴.

우리 모두 나를 돌아보는 성숙한 시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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