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승(전 전남평생교육진흥원장)

 
 

신축(辛丑)년 새해가 밝았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간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하다.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는 암울함과 우울이 세상을 휩싸고 있다. 사람들간의 거리는 멀어졌고, 비대면(언택트)은 일상화됐다. 밀집과 밀접, 집중은 악행이 됐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불가피한 결과 중 하나가 비대면 사회다. 비대면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대체한 것만은 사실이다. 2020년 거의 1년 내내 시행된 각급 학교의 비대면 수업을 보면 분명해진다.

비대면이 가져온 또 다른 면은 홀로서기. 사람들과의 거리두기가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로 뒤바뀐 것이다.

캐나다의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라는 책에서 "우리가 홀로있음은 그냥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절의 시간을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만의 충전, 공부에 쏟아보면 어떨까. '공부'는 호미같은 농기구를 뜻하는 공(工)과, 사람을 의미하는 부(夫)를 합한 말이다. 사람이 농기구를 가지고 생산을 한다는 의미다. 공부는 사람이라는 주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행위 전부를 뜻한다. 결국 삶 자체가 공부가 아닐까.

서울평생교육진흥원이 펴낸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라는 책에는 이 시대 유명 인사들의 공부관이 담겨 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신영복(1941~2016) 전 성공회대 교수는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말했다. 머리에서 가슴, 가깝고도 먼 거리다. 생각하고 소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의미한다.

'파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한 홍세화씨는 "평생을 두고 나를 짓는 일"로,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언제든 공부하라. 4년제 대학을 100년제 대학으로"라고 말했다. 결국 공부는 인생의 특정기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이어지는 평생학습과 연결된다.

세상의 변화는 평생학습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우선 인생이 길어졌다.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100세 시대, 즉 '호모헌드레드 시대'를 맞고 있다. 호모(Homo·인간)와 헌드레드(Hundred·100)의 합성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목전에 온 것이다.

오래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길어진 삶을 건강하고, 인간답게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장수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노년에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한다. 공부만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길어진 삶은 제2, 제3의 직업을 갖는 '앙코르 커리어'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은퇴라는 개념은 오히려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으로 변하고 있다. 지식·기술의 짧은 소멸주기는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삶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뿐인가. 태초 이래 사람의 전유물인 직업이 무서운 속도로 로봇과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의 평생학습 수요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20세 이상 문해교육 잠재수요자의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도 전국 최고다. 결혼 이민 여성 비율과 교육 소외계층인 장애인의 비율도 전국에서 제일 높다. 해남군에도 평생학습을 위한 시책은 많다. 평생학습관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강좌를 직접 전달하는 땅끝누리 늘찬배달강좌, 일자리와 학습을 연계시키는 해남군민대학, 유명 인사들의 강좌가 열리는 해남자치대학, 학습동아리 지원과 문해 학습자들을 위한 문해교육 운영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또 해남군은 교육부가 지정한 평생학습도시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온라인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비극적 상황도 시간의 흐름만은 막을 수 없다. 어김없이 새해는 밝았다. 유사 이래 인류가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듯 이번에도 잘 극복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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