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령대는 놀이터·운동장엔 방방이

▲ 놀이 활동 시간에 미술놀이부 학생들이 점토로 된 눈사람 만들기를 하고 있다.
▲ 놀이 활동 시간에 미술놀이부 학생들이 점토로 된 눈사람 만들기를 하고 있다.
▲ 유치원 원아들이 구령대에 있는 그네를 타며 놀고 있다.
▲ 유치원 원아들이 구령대에 있는 그네를 타며 놀고 있다.

모든 공간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

산이면 초송리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초등학교(교장 김순애). 학교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구령대. 우리가 알고 있는 구령대가 아니다. 모양만 구령대이지, 그네와 나무벤치가 놓여있고 아이들은 이 곳에서 시시때때로 모여 놀고 가는데 일종의 놀이터인 셈이다.

내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그네를 하나 더 설치한다고 한다.

운동장 한 켠에는 그물망이 스프링으로 연결돼 그 위에 올라가 점프를 하면서 노는 방방이(트램폴린)도 설치돼있다. 쉬는 시간이나 중간놀이 시간에는 이 곳에서 폴짝폴짝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지난 1927년 산이보통소학교로 문을 연 산이초등학교는 올해 2월 81회 졸업식을 포함해 490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예전에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는데 지금은 바다 매립과 야산 개발로 환경이 많이 변했다. 그러나 최고가 되기보다는 오직 하나 뿐이 자아를 실현하면서 마음껏 뛰어놀며 바른 인성을 키우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기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산이초등학교의 학교 표어는 그래서 '최고(the best)가 아닌 유일한(the only) 소중한 인격체들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동행'으로 학교의 모든 특색사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다.

놀이 문화가 행복으로 이어져

▲ 민속놀이부 학생들이 투호를 즐기고 있다.
▲ 민속놀이부 학생들이 투호를 즐기고 있다.

지난 15일 산이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민속놀이를 하고 있다. 1~6학년 학생들이 학년 구분 없이 동그란 통에 화살을 던져 넣는 투호놀이부터 비석치기와 딱지치기 한판을 펼쳤다. 명절 때 풍속으로만 여겨졌는데 산이초에서는 평상시에 아이들이 놀고 배우는 게 민속놀이다.

같은 시각 2학년 교실에서는 역시 학년 구분 없이 학생들이 모여 앉아 미술놀이부 활동을 즐겼다. 이날은 점토 성분을 이용해 눈사람 만들기를 실시했는데 눈사람 모양에 눈, 코, 팔도 붙이고 멋진 장식품을 얹어주며 나만의 멋진 눈사람을 만들어냈다.

산이초등학교는 무학년제로 일주일에 한 번 씩 특색활동으로 1시간 동안 부서별 놀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포츠와 민속놀이, 방송댄스, 보드게임, 미술놀이, 창의조립 등으로 다양한데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부서에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분기별로 부서를 바꾸는데 1년에 3~4가지 부서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민수현(6년) 학생은 "창의조립부에서 최근에 미술놀이부로 옮겨 놀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 이렇게 마음껏 노니 재밌고 다양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중간놀이, 점심시간 외에도 이렇게 특색활동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건전한 놀이 문화 확산은 친구 관계 개선이나 바른 인성을 키우고 자신감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며 행복한 학교문화 조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

▲ 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시간에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 학생들이 방과후 활동시간에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 방과후 활동으로 사물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 방과후 활동으로 사물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사물놀이에 얼씨구, 가야금에 절씨구

지난 14일 방과후 교실에서는 색다른 가야금 연주가 펼쳐졌다.

성탄절을 앞두고 학생들이 연습해온 징글벨과 루돌프 사슴코 등 캐럴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들었던 캐럴과 달리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전달되고 있었다.

옆 교실에서는 꽹과리, 장구, 징, 북이 어우러져 사물놀이 한판이 펼쳐졌다. 각각의 파트별로 학생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멋진 국악 화음을 전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했다.

강하영(3년) 학생은 "알던 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해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흥겹고 정겨운 가야금 소리를 꾸준히 접할 수 있어 배울 것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이초는 방과후 활동을 통해 가야금과 사물놀이는 물론 판소리 반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있다.

또 배드민턴, 생활체육, 목공예도 운영하며 다양성을 체험하도록 돕고 있다.

마을에서 배우고 마을과 함께 행복하다

지난 11일 산이초에서는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회가 참여한 가운데 김장김치 담그기 체험이 펼쳐졌다. 우리 고장 식재료로 김치를 직접 담그며 우리 먹거리와 김치의 우수성을 알아가는 자리가 됐고 담근 김치를 요양원에 전달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배우는 장이 됐다.

이달 초에는 우리 고장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해 빵 만들기를 체험했고 두륜 미로파크를 방문해 전시관과 미로도 체험했다.

10월에는 고산유적지를 찾아 우리 고장의 문화유적지를 둘러봤고 6월에는 고천암 자연생태공원에서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했다.

산이초는 또 학교마을연계프로그램의 하나로 우리 마을의 위치와 유래, 위인, 특산물 알아보기는 물론 마을 봉사활동과 마을 운동회, 마을 지도 만들기 등을 통해 마을을 알아가고 마을에서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이 같은 모든 활동을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이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김순애 교장은 "최고가 아니라 유일한 자아로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산이초등학교 본관 입구에는 크리스마스 꿈트리가 설치됐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교생이 자신의 꿈과 소망을 담은 스티커를 붙이고 장식해 꿈트리가 완성됐다.

한 학생은 의사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며 특히 착하고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아이들을 좋아해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적어놓은 꿈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더욱 아름답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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