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희망의 전도사
독거·중증 450명에 전달

▲ 반찬사업단 손단순(오른쪽) 씨가 강병안 할아버지에게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 반찬사업단 손단순(오른쪽) 씨가 강병안 할아버지에게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어르신 저 왔어요."

"이제 왔는가, 오늘도 고맙네."

지난 22일 오전 해남읍 평남길. 익숙한 듯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간 손단순(58) 씨가 홀로 사는 강병안(82) 할아버지에게 밑반찬을 전달하며 정겨운 인사를 주고받는다.

20년째 홀로 사는 강 할아버지는 코로나19에다 천식을 앓고 있어 병원 가는 날을 빼고 거의 바깥에 나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그녀의 방문은 또 다른 의미의 설렘이요, 반가움이다.

강병안 할아버지는 "밖을 잘 안 나가니 오는 날이 기다려지고 또 이렇게 밑반찬을 가져다주니 얼마나 고맙고 또 미안한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밑반찬을 배달하는 손단순 씨도 강 할아버지처럼 밑반찬을 전달받는 대상자들이 고맙기는 마찬가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차에 밑반찬을 싣고 보통 하루에 120가구를 도는데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은 걸어서 전달하고, 집에 대상자가 없을 때는 전화로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하며 가끔 반찬이 왜 이러냐는 투정도 받지만 그 자체가 기쁨이다.

손단순 씨는 "배추판매업을 하다 잘 안돼 해남지역자활센터 자활사업단에 들어와 올 3월부터 밑반찬 배달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대상자들이 있어 이 일을 하기에 우리가 더 고맙고 일 하는데 보람을 갖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밑반찬을 다 먹은 뒤 밖에 내놓은 수거용기에 강 할아버지가 메모를 남겼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어쩌다가 내가 반찬을 배달받는 신세가 됐을까' 하는 글이었는데 손 씨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그런 소리 마세요, 할아버지도 우리에게 고마운 분이고 이 일을 하면서 저도 다시 태어난 기분이니 미안해하지 마세요'라고 답을 했다.

해남지역자활센터(센터장 김민하)가 해남군의 위탁을 받아 실시하고 있는 사랑의 밑반찬 배달 사업이 코로나19 속에 모두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이 사업은 홀로 사는 어르신 330명, 중증장애인 120명 등 모두 450명에게 일주일에 한 차례 밑반찬 네 가지를 전달하는 사업인데 이들의 반찬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도 있지만 안부를 확인하며 희망을 나누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을 맡은 해남지역자활센터 사랑의 반찬 사업단은 모두 9명으로 매일 새벽에 나와 밑반찬을 만들고, 이를 배달하며 안부를 살피며, 재료를 손질하고 수거용기를 설거지하는 업무를 각각 나눠서 하며 스스로 이 일자리를 통해 자립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민하 센터장은 "대상자가 외출 시에는 전화로 확인하고 지정된 장소에 반찬을 놔두고 오지만 전화가 안 될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이나 목욕탕을 열어보고 확인을 할 정도로 서로의 신뢰가 크다"며 "누가 누구를 지원하고 수혜자가 되는 게 아니라 대상자나 자활참여자 모두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는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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